울산에서 과대망상을 동반한 우울증으로 병원치료를 받았던 30대 주부가 어린 두 아들을 목졸라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경찰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엄마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두 아들(11세, 7세)에게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죽으면 자녀를 돌봐 줄 사람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두 아들을 죽였으며 자신도 목을 매 숨지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크게 과장해 마치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믿는 정신분열증에 의한 과대망상과 우울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울증에 의한 자살률이 높고 삶의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정신건강 관리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울증 등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개인사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정신건강관리의 사회적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울증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병이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앓고 있는 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가 인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초래하는 10대 질환 중 3위로 보고했을 정도다. 2030년이 되면 1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그 심각성에 대해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우울증은 지난 1년 동안 11%나 증가했다. 특히 고령화와 더불어 70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최근호에 게재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수준과 정신건강 지원현황’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2011년 건강보험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분율로 측정한 ‘우울 증상 경험률’은 70대가 16.7%로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자살 생각률’ 역시 70대 이상이 8.5%로 가장 심각했다. 실제로 70대 이후 남자 노인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00명을 훨씬 웃돌고 있다.

울산의 경우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울산의 자살자 수는 293명(인구 10만명당 25.4명)이며, 그 원인으로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약 7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음의 감기’인 우울증이 개인의 일시적 정신장애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비극을 향한 단초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8월말 기준 울산시 광역·기초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접수된 자살상담건수는 3991건에 이르고 자살위기 상황으로 인한 응급진료 환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즉 정신질환과 관련된 24시간 응급진료시스템의 요구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대별,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이 가능한 정신건강증진체계 확대 필요성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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