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석대법) 국회처리가 또 다시 미뤄졌다.

2014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장기 표류하다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바 있는 석대법이다. 우여곡절끝에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 21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안건(안건번호 86항)에 포함되면서 이번 만큼은 정상 처리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상정조차 못하고 여야의 특검법 논의에 묻혀 버린 것이다.

법사위는 23일 본회의 직전 전체 회의를 열어 석대법을 상정,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나 이 또한 불투명하다. 대통령 탄핵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에 발목잡힌 경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뜩이나 추진력을 잃은 오일허브 사업이 골든타임을 놓쳐 회생불능의 상태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석대법 개정안의 골자는 현재 석유정제업자들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석유제품의 혼합제조(블렌딩)와 거래를 종합보세구역에서 허용하는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하는 것이다. 석유·화학제품을 자유롭게 섞어 파는 블렌딩이 허용돼야 부가가치가 높아져 화주 유치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석대법의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 울산신항 1단계 북항지구와 2단계 남항지구에 대규모 유류 저장시설과 접안시설, 배후부지 등 부속설비를 갖추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자동차, 조선, 정유·석유화학에 이은 울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 확보 차원에서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오일허브 구축시 2060년까지 44조4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36만6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같은 기대감을 더욱 부추겼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오일허브와 금융도시, 국제 물류중심도시를 꿈꿨던 지역의 기대와는 달리 찔끔예산과 고무줄 늘리기식 사업기간 연장, 투자자 확보 실패, 관련 법 개정 미비 등으로 오일허브 사업은 추진동력을 상실, 실체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실제로 사업추진 10년을 앞두고 있지만 북항지구에 방파제와 부두를 조성하는 1단계 하부공사만 상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고,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는 상부공사(액체화물 저장시설)는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진행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탓으로, 그 여파로 2단계 남항사업도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석대법 개정안을 놓고 갈팡질팡 하는 정치권이 한몫한 건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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