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남성 중심의 도시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이 큰 이유가 됐다. 전국의 남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몰려 오면서 여성보다 남성이 수적으로 많아진데다 근로자들의 회식 문화가 널리 퍼지자 도시의 문화도 유흥 등의 남성 중심으로 흘러왔다.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에는 거칠고 불편한 도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울산 중구가 여성친화도시로 변모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울산시 중구는 22일 구청 현관 앞에 ‘여성친화도시 중구’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남성적인 도시인 울산이 여성들이 살기좋은 도시로 본격적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선언이다. 여성친화도시는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면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하는 도시’를 말한다.

여성친화도시라 해서 여성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다는 오해를 낳아 남성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여성 뿐 아니라 온가족이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 여성친화도시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남성의 상대개념으로 이해되면서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친화도시 보다는 가족친화도시라는 이름이 바람직할 것이란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이름이야 어떻든 그 정책과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울산의 도시문화를 적잖이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만 해도 39개 사업에 391억여원이 투입된다. 노인일자리와 사회활동지원 강화, 경력단절 여성 주민강사 자치프로그램 운영,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가족문화생활공간 자전거대여소, 나눔 중구 옛날 장터, 다문화가정 건강 증진사업 등 여성 뿐 아니라 노약자와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들이 주를 이룬다. 또 오는 2021년까지 4년간 1565억8800만원의 예산이 더 투입된다. 물론 이 예산이 여성가족부가 여성친화도시 프로그램을 위해 새롭게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친화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반영되는 예산의 규모가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여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을 다채롭게 전개하는 여성친화도시는 이미 전국적으로 70여개에 이른다. 뒤늦게 출범하는 만큼 울산 중구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었으면 한다. 여성의 시각과 경험이 가족과 복지 분야 뿐 아니라 교통과 주택, 안전, 도시계획, 경제, 문화 등 도시생활 전반에 걸쳐 정책기획과 입안단계부터 반영될 때 여성친화를 뛰어넘어 온가족이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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