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분리를 결정한다. 회사측 예상대로 주총에서 4개사로 인적분할이 결정되면 비조선 분야의 사업장은 오는 4월1일자로 울산을 떠나게 된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은 서울로,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도 서울로, 현대로보틱스(로봇)는 대구로 본사를 옮긴다. 앞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부산으로, 현대그린에너지는 충북 음성으로 이전했다. 울산에는 현대중공업만 남아 조선·해양·엔진 사업에 주력한다. 결과적으로 울산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세계적 조선위기로 인해 울산사업장의 규모를 대폭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회사측은 “회사 분할시 순환출자구조 해소로 지배구조 투명성이 강화되고 차입금이 크게 줄어들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회사측의 주장대로 “미래를 위한 필수 선택이자 다같이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분사를 통해 단단한 기업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하는 한편 일자리와 인구 감소, 경기침체 등에 대한 지역사회의 걱정도 적지 않다. 회사측은 군산조선소의 생산중단으로 유입인구가 발생해 인력 감소가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산업의 다양성과 규모가 축소되는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로봇산업을 대구로 이전하게 된 것은 울산으로서는 두고두고 뼈아픈 손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근로조건 저하, 노조 무력화 등을 우려하는 근로자들뿐 아니라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7일 주총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 일대는 이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주총을 앞두고 23~24일 연달아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주총 당일에도 노조는 파업은 물론 우리사주를 보유한 조합원 1300여명이 주총에 참여해 적법 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회사측은 주총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서 일부 인용을 받아두었다. 법원은 노조가 주주와 임직원의 출입을 막거나 방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소음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이같은 법원의 결정이 아니더라도 물리적 충돌로 해결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적법한 절차를 존중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대비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회사와 노조는 물론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 조선업 위기를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8년 조선업 경기회복이 예상되고 있다는데 자칫 실기(失期)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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