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울산시사(蔚山市史)> 발간을 추진 중이다. 누구나 울산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지는 한권짜리 역사책이다. 오는 7월 말 350쪽 분량의 책과 전자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지난 2002년 6권으로 방대하게 나왔던 울산시사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단행본 역사서도 그 나름으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음은 분명하다. 간편하면서도 진중하게 울산역사를 꿰어 전 울산시민들에게 읽혀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울산시사 발간은 지난해 초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센터가 시로부터 용역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의 연구진과 지역 내 역사학자들이 참여해서 방향을 설정하고 집필도 맡고 있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이 같은 방법을 두고 문제를 삼을 수는 없겠으나 시사발간이 마치 일회성 이벤트처럼 진행될 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주년을 앞두고 울산의 지난날을 새롭게 조명하는 역사서를 발간하기로 한 것을 문제 삼거나, 집필진과 추진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 같은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시사편찬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두어야 하지 않겠냐 해서 하는 말이다.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특정 기간이 아닌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 부산은 수십년전부터 시사편찬위원회를 두고 있다. 1949년 설치된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송파구에 별도의 건물을 두고 시사편찬 업무 외에 시민강좌도 운영한다. 부산도 1988년부터 시사편찬위원회를 두고 정기간행물을 발간하며 역사를 축적하고 있다. 인천시사편찬위는 역사자료관까지 갖춘 별도의 건물을 갖고 있을 정도다. 시사를 매년 발간하는 것도 아닌데 상설로 둘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보면 시사편찬위원회는 시사라는 책을 발간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일을 할 뿐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발휘되는 일이므로 반드시 상설기구화해야 한다.

방대하게 책으로 만들어진 시사는 10년 단위로 펴낸다고 하더라도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증언해주는 다양한 고문서를 발굴·번역하고, 사라져가는 역사문화를 붙잡아두기 위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구술정리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향토사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보존하는 작업도 시사편찬위원회가 아니면 어렵다. 향토사가들에 의해 발간된 향토사 자료의 오류를 바로 잡는 작업도 필요하다. 울산을 빛낸 인물의 체계화도 더 많은 세월이 흐르기 전에 해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윈스턴 처칠은 “역사를 잊은 국가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도시의 역사는 구성원의 자긍심이자 미래를 열어가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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