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문 대학인 하버드대학의 건축디자인대학원이 울산의 미래를 디자인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버드대 교수와 대학원생 등 14명이 주축을 이뤄 이미 ‘울산 리메이드(Ulsan Remade): 산업도시 재생, 재개발 그리고 복원, 한국의 울산 사례’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울산이 대한민국의 급성장을 이끈 도시로서 제조업의 성장정체에 직면해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이 그들에게 매우 흥미있는 주제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도쿄제대 의학부 학생들에 의해 울산 달리에서 실시됐던 ‘울산 달리 농촌 사회조사’에 이어 두번째로 울산이 국제적인 학술연구의 대상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울산 달리 농촌 사회조사’는 아쉽게도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당시의 연구가 지역사회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8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소중한 자료를 많이 전해주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변화가 필요할 때 외부인의 시각은 매우 가치롭다. 그것이 선진국의 전문가 시각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물론 이번 연구 과제는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직접적인 경제 분야는 아니다. 게다가 이들의 연구결과는 세계 어느 대학에서나 하고 있는 수많은 연구과제 가운데 하나로 논문 한편을 남기는데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돼 도시의 구조와 디자인의 관점에서 도시의 현재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울산으로서는 드문 일인만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들의 색다른 제안에 귀를 기울여 우리의 현실에 적용할 만한 것을 찾아낸다면 새로운 차원의 도시발전 방향을 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크다. 3파트로 나누어진 그들의 주제는 우리가 익히 알고는 있었으나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해안도시 울산’ ‘탈 석유도시’ ‘쓰레기매립장’ 등을 어떻게 미래자산으로 풀어낼 지 몹시 궁금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연구에 동참하는 울산시와 울산발전연구원, 울산대학교가 하기 나름이 아닐까 한다.

이들 하버드대 연구진들이 오는 7일 울산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다고 한다. 오는 5월에는 심포지엄도 하고 6월말까지 연구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앞서 현장방문 과정에 울산시·울발연·울산대의 전문가들이 깊숙이 관여해서 가능한한 많은 ‘다른 생각’을 수집해야 할 것이다. 수십년동안 중후장대한 제조업의 도시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외부자들의 ‘다른 생각’들이 보고서가 아닌 현장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 하는 말이다. 그들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관련자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난상토론 등의 기회도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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