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대형서점이 3곳으로 늘어난지 1년이 지났다.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문화적 영향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서점을 문화공간의 거점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지역사회와 자치단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울산이 대형서점 시대에 접어든 것은 2007년 영풍문고가 현대백화점 별관에서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어 2011년 반디앤루니스가 롯데백화점 멀티플라자 지하에 문을 열었다. 영풍문고도 매장을 영플라자 3~5층으로 확장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 지난해 3월에는 교보문고가 업스퀘어 지하에 들어섰다. 이들 대형서점 3곳은 모두 삼산동에 몰려 있어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교보문고의 개점으로 다른 두 서점은 매출이 20~30% 떨어졌다고 한다.

과당경쟁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것이 서점이라면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서점은 많을 수록 좋다. 새로운 수요 창출을 통해 다같이 성장하면 지역사회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게 되면 문화공간으로서 역할도 강화되기 마련이다. 서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문화적인 공간이다.

문제는 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관심이다. 서점은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문화공간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해 그동안 울산에서 보기 어려웠던 문학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해야 한다. 그에 앞서 이들 대형서점들이 먼저 판매장이라는 인식을 벗고 작가초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용으로 문화공간으로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동네서점이 설자리를 잃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이 없지 않지만 막연한 우려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동네서점 육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 한때 서점의 대형화와 함께 동네서점 급감 현상이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대도시를 중심으로 ‘독립서점’과 ‘테마전문서점’ 등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동네서점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따라 서점 감소현상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한국서적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문구점을 겸하지 않는 순수서점은 1559개이다. 2013년 말 대비 66개(4.1%) 감소에 그쳤다.

아쉽게도 울산에서는 아직 차별화된 동네서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화랑, 작업실, 작은도서관, 작품, 예술인 등 문화예술에 대한 재정지원이 적잖은 시대다. 동네서점도 그 지원대상이 될 수 있다. 참고서와 베스트셀러만을 가져다 놓는 상점이 아닌, 문화공간이라고 하기에 부족하지 않는 서점을 선별해서 육성하는 데도 관심을 돌려보자는 말이다. 서점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편안한 문화공간이 되는 도시가 된다면 ‘품격 있는 울산’은 절로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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