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부터 결정문 낭독에 들어간다. 인용 또는 기각을 명시한 주문(主文)은 가장 마지막에 읽을 전망이다. 여기까지 1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운명은 정오쯤 결정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 92일만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날은 석달 남짓 동안 정지되다시피했던 국가가 완전히 정상을 되찾는 날이 돼야 한다.

지난 3개월여동안 우리 국민은 탄핵찬반을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는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촛불로, 태극기로, 의견은 두갈래로 나눠졌지만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 사회정의라는 것을 확인했다. 수만명이 광장을 메웠으나 폭력사태는 거의 없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세계에 보여준 셈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성숙된 시민정신을 탄핵심판 선고 이후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대립과 갈등이 더욱 극렬해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돼서는 안 된다. 천주교 주교회는 9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헌재의 선고는 국민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내 생각과 같지 않다고 해서 불의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재판관은 법관으로서의 소신과 책무에 따라 판결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광장에서 보여준 것처럼 우리는 고도의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대선후보들의 생각과 움직임이 중요하다. 여론형성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안희정 충북도지사는 “차분하게 이 상황을 맞는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10일부터 사흘간 선거캠페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선택이다. 다른 후보들도 뜻을 같이 했으면 한다. 어느 쪽에 지지를 했건 우리 국민 모두 갈등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격화된 감정이 광장에서 분출되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힘든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헌법 질서 하에 모든 것을 풀어가야 한다. 지금 적이 밖에 있지 않은가. 이렇게 위험한 상황의 대한민국을 함께 풀어나가는 지혜가 시급하고 정치인이 앞장서야 한다”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말도 새겨들었으면 한다. 이들 뿐 아니라 여야 당대표와 모든 대선 후보들은 먼저 어떠한 단서도 달지 않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국민통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으면 한다. 정치인이 완충작용을 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방법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박 대통령이 먼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오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우리 국민들도 그 결과에 승복하고 이번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하자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결과가 인용으로 나오면 박 대통령은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조사와 처벌을 받겠다는 각오도 밝혀야 한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국민과 그로 인해 혼란에 빠진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