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G20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한 ‘빛공해’(Light pollution)를 겪고 있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가 지난해 6월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89.4%는 도심 조명과 공장 불빛 때문에 1년 내내 밤에 은하수를 볼 수 없고 나머지 10.6%도 깨끗한 밤하늘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빛공해에 노출된 인구 비율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번째로 높고, 면적으로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심각하다.

과도한 빛으로 인한 악영향을 말하는 빛공해는 단순히 시각공해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도로 상의 과도한 빛은 눈부심이나 빛뭉침 현상을 일으켜 시각 마비와 판단력 저하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또 실내에서도 장기간 빛에 노출된 생활을 하게 되면 암발병, 뇌기능 저하 등 육체적인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4년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야간조명이 강한 지역일수록 유방암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어둠이 부족하면 멜라토닌 레벨이 감소하는 대신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돼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또 지난 9일 고려대병원팀은 “야간의 약한 빛이 인간 뇌의 전두엽 기능에 두드러진 영향을 미쳐 작업기억능력 저하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 2013년 2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법률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빛공해 지원예산은 2013년 2억원에서 2016년 3500만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민원은 2010년 1000건에서 2015년 3670건으로 3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도 마찬가지로 2014년 5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조례’가 공포됐으나 16일에야 비로소 울산시빛공해방지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울산은 빛공해가 매우 심각한 도시다. 공단도시라는 특성으로 인해 밤낮의 구분이 별로 없이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야간 활동이 그만큼 활발하므로 그에 따라 도심지역의 야간 광고와 특정 건축물의 인공조명도 도를 넘고 있다. KTX울산역을 비롯한 공공시설과 아파트 등 민간시설의 조명도 과도하게 밝다. 도시를 뒤덮다시피한 야간조명에 대한 규제는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일 뿐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9명으로 이루어진 울산시빛공해방지위원회가 조례에 따른 형식적인 기구에 머물지 않고 전문성을 살려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 ‘빛방사허용기준 강화’ ‘빛공해 환경영향평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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