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장기적으로 물부족 도시라 할 수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울산의 하루 평균 상수도 수요량은 33만t이다.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사연댐과 대곡댐에서 15만t, 회야댐에서 12만t 등을 취수한다. 부족분 6만t 가량은 낙동강 물을 가져다가 정수해서 충당해 왔다. 이같은 물부족은 갈수록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의 2025년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울산의 용수수요량이 1일평균 39만t으로 늘어난다. 12만t의 물이 부족하게 된다.

그럼에도 울산은 맑은 물 공급을 위한 대책이 없다. 오히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후속대책으로만 거론될 뿐 울산시민들의 식수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울산의 식수대책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조절하는 대신 운문댐 물 공급으로 맑은 물을 공급하자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운문댐 물 공급이 대구의 취수원 이전문제와 연계되면서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암각화 보존도 울산의 맑은물 공급도 하세월(何歲月)이 되고 있다. 간혹 암각화 보존이 강조되면서 맑은 물 공급의 당위성마저 호도되기도 한다.

울산도 이제 별도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암각화 보존방안으로서의 물 공급 계획이 아닌, 오염 불안이 상존하는 낙동강 물을 대체할 수원 개발을 비롯해 장기적인 물부족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취수원 이전을 통한 맑은물 공급계획을 정부차원에서 다루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말 공동건의문을 만들어 정부에 전달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9월 2단계에 걸친 식수원 정책을 내놓았다.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하루 63만6000t의 물을 대체하기 위해 합천 조정지댐과 중소규모의 댐을 시·군단위로 개발하는 1단계에 이어 2단계로 함양 문정댐을 개발해 울산·부산에 물을 판매하겠다는 장기계획도 내놓았다.

20일 울산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자문간담회에서 대한하천학회 박창근 회장은 “울산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해 태화강 중류 사연리 일대에 지하댐을 개발해야 한다”며 “하루 3만t 채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비용편익분석(B/C)에서도 1.3으로 양호하고 수질도 가장 좋은 것으로 제시됐다. 지하댐 개발은 정부가 오래전부터 물부족 현상 대비책으로 검토해왔던 방안이다. 지하수가 흐르는 대수층(帶水層)에 인공 물막이벽을 설치해 물은 가둔 다음 집수정(集水井)을 통해 뽑아 올리는 시설이다. 울산에서는 식수개발을 위한 자연댐을 조성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은 일찌기 체험하고 있다. 맑은 물 공급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