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빠진 3당 합의 이후
국민의당 발빼는 분위기
민주당 개헌파도 소극적
개헌안 발의 동력 떨어져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추진하는 ‘5월 대선 때 동시 개헌투표’의 시나리오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개헌파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열쇠를 쥔 국민의당 내부에서 ‘불가론’이 확산함에 따라 공동 헌법개정안 발의조차 어려워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공식 입장은 예정대로 이번주 내 개헌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원래 계획대로 이번 주 중으로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과 힘을 합쳐 만든 3당 공동 개헌안을 국회에 정식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헌법개정안은 20일 이상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 의결을 거쳐, 의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따라서 5월9일 대선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려면 이번주가 개헌안 발의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3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과 19대 대통령 임기의 3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공동 개헌안 작성 작업을 거의 마무리해 금주 내 발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부 이견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121석)의 불참에 따라 3당(한국당 93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33석) 소속 의원 165명이 대부분 참여해야 발의가 가능한데 당초 뜻을 같이 하기로 했던 국민의당은 사실상 발을 빼는 분위기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선 안에 개헌 국민투표는 불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자는 입장이다.

심지어 바른정당에서도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전날 TV토론에서 대선 때 개헌이 어렵다는 공통적인 견해를 내놨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과 한국당은 괜찮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못 한다면 대선 때 개헌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에서 어렵다고 한다면 작업이 중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당장 발표하지 못하고 논의하는 중”이라면서 “발의될 환경이 돼야 내놓는 것인데 이러다가 개헌안이 빛을 보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21일로 예정된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로 당론이 모이지 않는다면 3당 개헌 논의가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분위기 탓에 3당 개헌 작업 실무진은 공동안을 거의 다 만들어놓고도 아직 소속 의원들에게 회람시키지 못하고 끙끙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빅텐트’ 구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제3지대의 중심축인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지난 18일 부산 해운정사 방문에서 빅텐트 구상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개헌은 민주당이 흔쾌한 자세를 보이지 않아 대선 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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