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친숙하고 귀한 약초, 머위

▲ 머위 잎파리는 맹독초인 동의나물과 비슷하다. 정확히 구별할 자신이 없다면 야생에서 함부로 채취해 먹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울산에선 ‘머구’로 불리는 머위 번식력 강해
파종 2~3년 후 병충해 피해없이 일대 뒤덮어
해독 효능 있어 천식·기침·거담 치료에 좋아

머위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 난 곰이 따스한 봄 햇살에 기지개를 켜고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찾아 먹는 약초라는 말이 있다. 머위(머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알 수 있다. 사실 울산 사람 중에는 ‘머위’하면 몰라도 ‘머구’하면 대부분 안다. 우리네 서민의 삶과 그만큼 친숙한 약초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필자의 아내가 십여 년 전 고향인 경남 사천에 다녀오다가 시장에서 둥글레 뿌리를 사 온 적이 있다. 큼지막한 비닐봉지를 내미는데, 열어서 속을 보니 둥글레 뿌리가 아니라 머위 뿌리가 들어있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주고 받았는데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똑같이 약초의 가치를 제대로 몰랐다니 한바탕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둥글레는 둥글레로서의 좋은 약효를 지니고 있고, 머위 뿌리는 머위 뿌리대로 귀한 약효를 지녔다. 사실은 어떤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존재 가치를 따지고 본다면 머위 뿌리가 훨씬 더 비싼 가격을 받아야 하는데 아내로선 횡재를 한 것이요, 모르고 이를 판 상인은 손해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머위는 주로 반그늘이 진, 습도가 약간 높은 곳에서 잘 자린다. 밭둑이나 야산에 뿌리를 한 두포기 심으면 2~3년 후 뿌리에서 줄기가 뻗어 온 천지가 머위로 뒤덮을 만큼 번식력이 강하다. 병충해 피해도 거의 없으며 뿌리부터 성숙한 잎까지 단 한 가지도 버릴 것 없을 정도로 귀하다.

▲ 김동해(큰세상) 한국전통약초연구소 소장

여러해살이 머위는 암꽃과 수꽃이 각기 다른 포기에서 핀다. 암꽃의 빛깔은 희고 수꽃은 연한 노란빛이다. 3월 하순쯤 새 순이 나면서 꽃봉오리와 함께 한두 장의 잎이 나온다. 4~5월이면 넓적한 잎이 다 자라면서 둥근 모양에 가까운 신장꼴이 되고, 길이가 60㎝나 되는 굵은 잎자루를 가지고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고르지 않은 톱니가 배열된다.

머위는 한방에서 봉두채(蜂斗菜)라 부르지만 봉두근(蜂斗根), 사두초(蛇頭草), 야남과(野南瓜)로 부르기도 한다.

가정에선 주로 줄기를 식용하는데, 한방에선 주약재로 뿌리를 쓴다. 큼지막한 꽃봉오리나 잎도 귀한 약재로 쓰인다.

머위의 효능은 거담, 진해, 해독의 효능이 있어 천식, 기침, 인후염, 편도선염, 기관지염, 그밖에 종기와 뱀이나 벌레에 물린 상처의 치료에도 쓰인다. 김동해(큰세상) 한국전통약초연구소 소장

 

● 생활 속 다양한 약초 활용법

#뿌리
가을에 채취해 잘게 자른 후 햇볕에 말려 20도 전후의 소주를 붓고 약술을 담는다. 약 6개월 정도 숙성 후 조석으로 한두 잔씩 복용하거나 살짝 덖은 후 물 1ℓ에 50g 정도를 넣어 달인다. 1일 3~6회 한잔씩 복용한다.

#줄기
데친 후 껍질을 벗겨내고 조리를 하거나 장아찌를 담는다.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며 약차로 활용할 때는 잘게 자른 다음 덖어 물 1ℓ에 20g 정도를 넣고 달여 1일 3~6회 한잔씩 복용한다.

#잎·꽃
어린잎은 데친 후 쌈으로, 나물로, 기름에 볶아 먹는다. 갓 핀 꽃은 덩어리째 생으로 된장에 넣는다. 꽃은 튀김을 해 먹어도 맛이 대단히 좋다. 또한 전초를 잘게 자른 후 전체 무게 약 70% 정도의 설탕과 버무려 발효액을 담기도 한다. 이때는 용기의 70~80% 이내로 재료를 채우고 수시로 아래위가 잘 섞이도록 자주 뒤집어 주어야 한다. 6개월 이상 충분히 발효시킨 후 생수에 20% 정도 섞어 먹어도 좋다.

맹독초인 동의나물은 머위와 잎 모양이 매우 비슷하다. 정확하게 구별할 자신이 없다면 야생에서 채취하지 않는 것을 당부한다. 김동해(큰세상) 한국전통약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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