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4개 사업장 분할을 앞두고 ‘4사 1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조규약 개정을 추진했으나 대의원 반대로 부결됐다.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중공업 조합원 지위 유지를 위한 규정 개정 건을 다뤘지만 대의원 40%가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다고 22일 밝혔다. 투표 대의원 127명 가운데 찬성 75명(59%), 반대 51명(40%)으로, 노조규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분할 뒤에도 4개사 유일노조로 회사와 교섭할 근거를 만들려고 했지만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의원들이 제동을 건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4개 사업장으로 분할되더라도 결국 같은 금속노조 조합원이기 때문에 굳이 규약을 개정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현실적 분석 때문이다. 10개월 가까운 임단협 교섭과 오랜 파업에 따른 피로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노조 내부의 갈등이 만만찮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다시 열어 규약 개정 안건을 재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의 규약 개정과 상관없이 4사 1노조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사측과의 갈등을 지속하면서까지 과연 그럴 필요가 있는지, 또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단일노조 유지에 매달리고 있는지 속내가 궁금하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공식적인 해양플랜트 수주 잔량은 12기로, 이중 11기가 오는 6월 기점으로 사실상 모두 인도절차에 착수한다. 2년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수주한 해상 고정식 플랫폼 나스르(NASR) 프로젝트만이 울산조선소 야드에 남게 된다는 의미다. 나스르 프로젝트는 현재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수조원대 적자가 났던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이 결국 수주물량 감소로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는 순간이다. 지난해 말 2조원대 해양플랜트 계약이 취소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조선부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수주절벽의 여파로 올해 심각한 일감 부족이 우려된다. 지난해 4도크의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올해 또 다시 5도크의 가동을 중단, 추가 중단까지도 예견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임단협조차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노사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지루한 힘겨루기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생존기반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도 집안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 안타깝다. 현대중공업 노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어렵사리 마련한 구조조정안을 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노사상생의 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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