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업체 가짜서류 제출...울산대측 직인까지 날조

▲ 위조된 울산시 외국어홈페이지 감수확인서와 울산대측이 발급한 교열확인서.

제작업체 가짜서류 제출
울산대측 직인까지 날조
市, 의심없이 통과시켜줘
金시장 관련자 강한 문책
철저한 대책마련 지시

비문(非文), 오역(誤譯), 잘못된 정보제공으로 ‘식물 홈페이지’라는 오명을 쓰게된 울산시 외국어홈페이지의 번역 ‘감수확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울산대학교측이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홈페이지 제작을 맡은 업체가 학교와 교수의 직인을 위조해 가짜 감수확인서를 만든 것으로, 울산시 감사관실은 홈페이지 제작에서부터 운영 전반에 걸쳐 강도높은 전면감사에 착수했다.

울산대학교 외국어통번역센터는 울산시 U시티정보담당관실이 최근 외국어홈페이지 부실문제가 불거지자 “외국어 감수를 울산대 통번역센터에 맡겼으나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힌 것(본보 3월22일자 3면)에 대해 울산시가 “근거자료로 제시한 감수확인서는 울산대가 발급한 것이 아닌 위조된 서류”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울산시가 제시한 영어, 일어, 중어 등 3장의 감수확인서에는 통번역센터가 발급한 것으로 돼 있다. 감수확인서에는 ‘유첨된 울산광역시 홈페이지의 영어·일어·중어 번역에 대한 감수를 필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통번역센터의 직인과 감수인의 서명까지 기재돼 있다. 울산시는 번역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수확인서’ 제출을 업체측에 과업달성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감수 확인서는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 통번역센터는 “감수는 저술작업 등 전체를 통괄하는 것으로, 단순히 교열수준의 작업에는 감수 확인증을 발부하지 않는다”며 통번역센터 이름이 아닌 교열인(교수)의 이름으로 비공식 ‘교열확인서’를 써줬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5년 12월께 홈페이지 제작업체는 통번역센터에 홈페이지의 영어부분의 감수를 맡겼다. 센터는 외국어 홈페이지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A4 기준 10장 정도)인 인구 등의 통계 파트만 맡았고, 비용은 43만원이었다. 과제 완료후 업체는 통번역센터에 감수확인서를 요구했는데 울산대측이 ‘교열확인서’를 발급해주자 용역완수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감수확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엉터리 홈페이지가 만들어졌지만 울산시는 확인과정없이 수용했다.

일어는 같은 기간, 울산대 일어일문학 졸업생 1명이 K교수를 찾아와 “자신이 번역한 부분을 살펴봐 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K교수는 간단한 수준에서 교열을 무료로 봐줬다. 통번역센터 이름으로 감수확인서는 발급하지 않았다. 중어는 모든게 위조였다. 감수확인서에는 통번역센터 소속 중국학과 연구원으로 재직한 장모(국적 중국)씨가 감수한 것으로 돼 있지만, 확인결과 장씨는 중국학과에 근무하지도, 학생으로 공부한 적도 없는 가공의 인물이다.

그럼에도 홈페이지 제작업체는 통번역센터가 공식 발급했다며 감수확인서를 시에 제출했다. 학교의 직인과 교수의 직인까지 위조한 가짜 감수확인서로 업체는 홈페이지 완수신청을 했고 시는 통과시켰다. 홈페이지 비용 결산서류에 감수비용으로 129만원이 잡혀있었지만, 실제로 업체가 통번역센터에 지급한 교열비(영어)는 43만원이 전부로 확인됐다.

울산대 통번역센터 책임자는 “‘식물 홈페이지’ 보도를 접하고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 시에 요구해 받은 감수확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통번역센터의 직인까지 가짜로 만들어 쓰고, 교수의 서명까지 도용해 스캔으로 붙여 감수확인서를 만들었다. 통번역센터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사건으로 시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어 홈페이지 부실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김기현 시장은 지난주 업무 관련 직원들을 모두 불러 강하게 문책하며 전면적인 감사착수와 함께 철저한 대책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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