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의 야간운전이 유달리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두운 밤, 비만오면 안보이는 차선때문이다. ‘노면표시 반사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명 ‘스텔스 차선’으로, 마주오는 차량 불빛과 함께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차선은 물론 중앙선조차 구분할 수 없어 아찔한 상황을 연출해 야간운전자의 생명까지 노리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울산시와 함께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최초로 우천형 노면도색 방식의 차선을 도입키로 했다. 일차적으로 보행사고가 잦은 횡단보도 156곳과 도로 32개 구간에 일반도색보다 반사 휘도 성능이 5~80% 향상된 우천형과 고휘도 노면도색 방식의 차선도색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도로 32개 구간의 차선은 우천형 노면도색 방식이, 횡단보도는 지난해부터 도입한 고휘도 노면도색 방식이 적용된다. 도로에 그려진 차선 밝기를 나타내는 휘도(mcd·㎡Lux)는 백색차선의 경우 일반차선은 240인 반면 고휘도는 350, 우천형은 450이다. 야간이나 우천때 선명한 차선을 그대로 유지해 보행자는 안전한 보행을 할 수 있고, 운전자는 차선을 보다 안전하게 확보해 교통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한달 동안 사고통계를 바탕으로 구간별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보행사고가 잦은 도로구간인 남구 돋질로(예술회관사거리~삼산본동사거리) 등 7개 구간(19.2㎞)의 차선을 이달중 모두 우천형 노면도색 방식으로 바꾼다. 또 5월 한달동안에는 중구 구교로(울산선관위~학성공원사거리) 등 25개 구간(36.1㎞)에 도색작업을 진행한다. 경찰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보행 중 사망자 124명 중 92명이 야간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했다며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 편안하면서 안전한 도로 교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울산전역 도로에 개선된 노면도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산확보다. 울산지역 도로 길이는 약 8700㎞로, 전체 재도색에는 7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울산시의 한해 차선 재도색 예산은 평균 20억원을 밑도는 상황이다.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야간 깜깜이 운전’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예산이 확보되었으면 한다. 예산마련이 어렵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 운용방안이 중요하다. 더불어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