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이 갈 길을 잃고 있다. 낡고 비좁은 시설에 대한 공감대 확산으로 이전을 포함한 현대화 사업 추진논의가 있어온지 7년째를 맞고 있지만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3년전 1억원을 들인 시설현대화방안 용역의 시효까지 만료,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비 확보자격도 상실됐다. 중앙청과, 원예농협, 울산수협, 중앙수산, 울산건해산물 등 5개 법인간 이견에 떠밀려 지금은 사업 추진 의지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광역시 규모에 걸맞는 공영도매시장 탄생은 불가능한지 묻고 싶다.

1990년 3월 남구 삼산동 4만㎡의 부지에 지어진 지금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울산 유일의 공영도매시장으로 내세우기에 많이 부족하다. 기본적인 냉·난방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건물은 노후화돼 안전상 문제가 심각한데다 판매장이 좁고, 주차장도 열악하다. 지역 최대 교통혼잡지역에 위치, 진·출입시 교통체증 유발 등의 많은 문제점까지 안고 있다. 또 도매시장 기능 약화에 따른 경쟁력 상실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울산도매시장의 연평균 반입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청과물 1일 평균거래 규모가 32개 공영도매시장 평균 거래량 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울산시연합회 등 농업인·소비자단체에 따르면 울산의 연간 농수산물도매 물동량은 최소 6000억원을 넘고 있지만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처리되는 것은 1600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협소한 부지와 경매시스템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농민들의 출하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지역수요의 70%를 외지에서 들여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은 누가 뭐래도 시급한 현안임에는 틀림없다. 유통산업의 부진으로 생활물가가 높은 울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절실하다. 그럼에도 2010년 9월부터 시작된 이전논의는 울산시의 여론 수렴없는 입지선정과 법인들간의 대안없는 실익 챙기기로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시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합의보다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필요성과 이용자들의 편의를 더 중시하는 소신행정이 발휘돼야 한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주인은 결코 상인만이 아니다. 농업인과 소비자도 있다. 농업인과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시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종사자 대표와 건축·도시계획·갈등관리 분야 전문가, 농업인·소비자 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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