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과 동구청은 2012년 동구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교육연수원을 옛 화장장 부지로 이전하기로 합의를 해놓고도 부지 적합성 문제로 5년째 실랑이를 하다못해 이제는 두 기관이 제각각 이 부지를 선점하겠다는 싸움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행정력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연수원의 이용자인 교원들의 불편과 대왕암공원 개발 부진에 따른 관광산업 차질 등 직접적인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교육청과 동구청은 교육연수원 이전 부지 문제를 두고 수차례 협의를 거쳤고 대체부지도 여러곳 검토했으나 모두 물거품이 됐다. 교육청은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와 옛 화장장 부지에 교육연수원을 짓겠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청이 대체부지에 불만을 드러내며 미적대는 사이에 동구청은 이미 이 곳에 복합문화관 건립을 추진했다. 하나의 부지에 두 행정기관이 각각 시설물을 짓겠다고 용역을 의뢰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정의 난맥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의 입장은 이전부지 검토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구청이 복합문화관 설립을 위한 도시관리계획변경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전보상비로 받은 113억원을 되돌려주고 연수원 이전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주장하며 이 부지에 연수원 설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반면 동구청은 교육청이 옛 화장장 부지로 연수원 이전을 거부했기 때문에 복합문화관을 짓기로 한 것인데 이제 와서 합의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대로 간다면 예산낭비는 물론 법적 소송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대왕암공원개발 사업의 지연이다. 행정기관간 갈등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산업 다각화’라는 울산의 미래가 달렸다. 대왕암공원은 빼어난 경관과 즐길거리와 편의시설이 대폭 늘어나면서 관광객들의 수요가 급증, 울산의 관광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대왕암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지점에 자리한 교육연수원의 이전은 매우 시급해졌다. 사실상 연수원은 오랫동안 시설개선을 하지 않은 탓에 연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서 보듯 ‘불통 행정’은 국민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두 기관 모두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겠지만 원점에서 다시 협의를 시도해야 한다. 제각각 ‘직진(直進)’만 고집하다간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구청은 교육청의 요구를 수렴해서 복합문화공간과 연수원을 함께 건립하는 방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교육청은 교육계 뿐 아니라 일반시민과 울산의 미래를 고려하는 폭넓은 안목이 절실히 요구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