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과 소방점검 등 고유업무를 넘어 생활안전과 밀접한 사건사고와 불편한 일들을 처리하는 해결사로 등장한지는 꽤 오래됐다. 교통·화재사고나 산악·수난 사고 등 긴급상황은 물론이고, 환자이송, 벌집 제거, 유기견 포획 등 생활안전과 관련한 출동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물론 2013년에 개정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에 단순 문 개방 및 동물의 단순 처리 등은 출동을 거절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접수된 신고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곧 업무량 증가로 이어지고, 각종 안전사고의 요인이 되고 있다. 늘어나는 구조·구급 수요만큼 소방공무원의 안전대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출동의 경우 2010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1만8028건에 이르고 있다. 구급 출동건수도 4만3502건으로, 1만건 가까이 늘었다. 교통, 화재, 수난, 산악, 기계, 추락 등이 구조출동의 주를 이루고 있고, 구급출동은 질병, 사고부상, 교통사고 등의 순을 보이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급성 또는 만성 등 질병신고가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폭증하는 출동만큼이나 소방공무원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긴급출동차량의 교통사고 현황만 봐도 그렇다. 국민안전처 집계 결과 최근 4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긴급 출동차량의 교통사고는 모두 1797건에 이르고 있다. 한 해 평균 449건으로 매일 1.2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일반 차량보다 교통사고 위험에 더 노출돼 있는 업무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1초라도 더 빨리 출동하기 위해 신호등에 붉은 불이 들어와도 교차로를 지나고, 때로는 중앙선을 넘기도 하는 등 ‘곡예 운전’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차량 운전자에게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 소방차, 혈액공급차량은 ‘긴급 자동차’로 분류해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도로의 중앙이나 좌측 부분을 통행할 수 있고, 신호·속도제한도 받지 않지만 교통사고가 났을 때 처벌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는 긴급 차량의 면책 규정이 없다.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공무를 수행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도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위험 상황에서 운전할 수밖에 없는 긴급 차량의 특성을 고려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소방인력·안전장비 확충 등 소방공무원 안전과 관련된 부분 전반에 대해서 재점검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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