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해를 넘긴 2016년도 임금및 단체협약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입장차만 재확인,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사업을 분할, 4개의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노사가 교섭위원 자격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교섭방식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회사는 사업분할 후 각 회사가 별도법인으로 출범한 만큼 현대중공업 조합원에 대해서만 교섭을 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조선업 불황속에서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노사의 행보가 이래도 되나 싶다. 위기의 기업에서 노사가 죽어라고 다툴 쟁점인지도 의문이다. 1995년 이후 19년 연속으로 무분규를 기록했던 ‘상생의 정신’을 되살려 위기극복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언제까지 임·단협으로 세월을 보낼 것인지 안타깝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공식적인 해양플랜트 수주 잔량은 12기로, 이중 11기가 오는 6월을 기점으로 사실상 모두 인도절차에 착수한다. 2년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수주한 해상 고정식 플랫폼 나스르(NASR) 프로젝트만이 울산조선소 야드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나스르 프로젝트는 현재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순간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부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주절벽의 여파로 심각한 일감 부족이 우려된다. 지난해 4도크의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올해 5도크의 가동을 중단했다. 획기적인 업황개선없이는 추가 중단까지도 예견되고 있다. 그럼에도 노사가 지난해 임단협조차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물론 회사가 위기를 맞게 된 과정에 경영진의 과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일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새로 출범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분할된 법인의 각자도생을 통해 각 분야별 글로벌 5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과 ‘품질’을 모든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2021년까지 기술개발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에는 5년간 2조500억원을 투자해 선제적 기술 확보와 고품질로 조선분야 세계 1위 자리를 되찾는다는 전략이다. 노조도 지금은 당장 고통스럽더라도 회사의 생존기반부터 다지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위기극복에 동참,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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