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우의 호텔음식 이야기](56)아름다운 사람은 머무는 자리도 아름답다

▲ 꼬막 깍두기 냉이 비빔밥

화장과 성형 수술로 외모 바꿔도
보지 못하고 기억 못하는 내 모습
다른 사람들은 정확히 알고 있어
타인의 판단마저 지배할수 없지만
나쁜사람으로 평가 받진 않았으면

오늘도 뭐가 그리 급했는지 거울 볼 시간도 없이 서둘러 회사로 출근해 위생복을 갈아입었다. 내 몰골을 보니 머리는 새집을 지어 있고, 눈곱도 한 두개 붙이고 출근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이런 꼴을 못 보았지만, 나의 이런 모습을 직원들이 봤다면 얼마나 나를 한심한 사람으로 평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앞 모습에만 잔뜩 멋을 부리고 치장을 하지만 거울 속에 감춰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못 보고 살아간다. 하물며 나의 뒷모습은 볼 수조차 없다. 내가 모르는 나를 타인이 더 잘 안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나의 거울은 늘 타인이었다. 내가 잃어 버린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타인은 또 하나의 나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나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쓴다. 행여라도 놀림감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화장도 하고 얼굴 성형까지 하면서 자신을 완벽히 포장해야만 안심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SNS에 올리는 자신의 프로필 사진이나 이력서에 제출하는 사진이다. 사진과 실물이 너무 달라 놀랄 때가 많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고, 내가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지 않기 위한 방어책이라 생각하면 결코 비난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은 길을 걷다 보면 많은 뒷모습을 보게 된다. 이른 시간에 조잘거리며 손잡고 걸어가는 학생들, 지친 얼굴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걷는 사람들,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연인 등 다양하다.

우리네 부모님들의 뒷모습은 또 어떠한가?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평생 자신들을 위해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하고, 자신들을 위해 쓰는 마음의 여유조차 사치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자식 노릇 할거라는 믿음을 늘 저버리는 자식들이 밉지도 않으실까.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8000겁의 인연이 쌓여 만나는 관계라고 하지만, 자식을 위해 늘 헌신만 하시는 부모님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미소를 짓게 하는 모습일까, 아니면 늘 마음에 짐이 되는 모습일까. 아마도 난 후자이기에 지금도 늘 짐이면서 걱정스러운 자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볼 수 없는 요리사로서 나의 뒷모습과 인간으로서 나의 뒷모습은 사람들에 어떤 느낌일까?

어느덧 요리사로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을 하는 나이가 됐다. 그래서 때론 마음에 없는 말도 하고, 행동도 하면서 나를 포장한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뒷모습이 보이면 마음대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할 것이다. 또는 비웃을 수도 있고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 누군가 나의 뒷모습을 보면서 비웃고 있다고 생각하면 화날 일이지만, 그 사람의 판단마저 지배할 수는 없다. 남의 뒷모습을 보며 나쁘게 평가하고 비웃었던 지낸 시간을 후회하며 눈곱을 떼기 위해 급히 화장실에 갔더니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무는 자리도 아름답다.”

과연 내가 머물다 간 세월의 화장실은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로 남을까?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 오늘의 별미 메뉴 - 꼬막 깍두기 냉이 비빔밥

● 주재료는 꼬막 살 20g, 깍두기 100g, 깍두기 국물 3큰 술, 냉이 30g, 김 가루, 깨소금, 참기름 각 1큰 술, 밥 1공기, 양파 1/4개.

● 재료가 준비되었다면 먼저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맛술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 술, 참기름을 넣어 꼬막 양념장을 만든다.

● 꼬막은 양념장에 버무린 다음 굵게 다진다. 깍두기도 굵게 다지고, 냉이는 데쳐서 조물조물 양념해서 곱게 다진다.

● 양파는 곱게 다진 다음 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마늘을 첨가한다. 이어 다진 꼬막과 깍두기도 같이 넣고 볶아준다.

● 팬에 밥을 넣고 재료들이 골고루 섞이면 깍두기 국물을 넣고 더 볶는다. 냉이를 넣고 참기름을 두른 다음에 김 가루를 뿌려 마무리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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