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을 취급·제조·유통하는 기업의 도덕불감증이 예사롭지 않다. 환경법령을 위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허술하게 하는 것은 물론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독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불법으로 유통하다 환경부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사까지 포함됐다니 국민안전은 아랑곳없이 이익에만 눈이 먼 우리 기업의 현실을 보는듯 해 불편하기 짝이 없다. 기업 스스로 윤리경영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의 생명까지도 빼앗을 수 있는 유해물질 취급·유통 사업장이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명단공개나 고발, 과태료 처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영구퇴출까지도 가능케 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2017 국가안전대진단’의 일환으로 지난 2월6일부터 3월 말까지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507곳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확인해 법 위반 사업장 71곳을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했다. 또 안전상 위해 우려가 높은 사업장 2곳을 정밀안전진단 대상으로 선정했다. 위반업체 중 울산에 사업장을 둔 곳은 6곳이다. 환경부는 또 PHMG를 무허가로 제조·수입·유통한 33곳을 적발했다. PHMG 295t을 섬유 항균처리제 원료 등으로 불법 제조·판매한 혐의다.

국내에서는 PHMG 중 섬유 등의 항균 처리제로 쓰이는 인산염(PHMG-포스페이트)과 항균 플라스틱 제조 원료인 염화물(PHMG-클로라이드) 등 2가지 종류의 물질이 유통되거나 사용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유발했던 인산염은 2012년 9월 25% 이상 혼합물일 경우 유독물질로 지정됐고, 2014년 3월부터는 함량 기준이 1%로 강화됐다. 염화물도 2014년 3월부터 함량기준이 1% 이상일 경우 유독물질로 신규 지정됐다. 그럼에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허위 조작해 일반 화학물질로 둔갑시킨 것이다. 관련 업계가 국민안전을 도외시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환경부는 다만 PHMG가 흡입독성은 강한 반면 피부독성은 낮은 물질로 섬유에 항균 처리할 때 낮은 농도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PHMG로 항균 처리된 섬유와의 피부 접촉으로 인한 인체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고, 에어컨 항균필터 살생물질 방출 등으로 생활화학제품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그 어느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국민적 충격과 분노를 안겨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유해물질 관리에 빈틈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