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성곽도시’라 할 만하다. 성곽도시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읍성, 산성, 관방성, 목장성, 왜성 등 30여기의 다양한 성곽 흔적이 전해지는 도시다. 중구청은 많은 성곽 중에 병영성의 복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0년부터 종합정비계획을 세워 상당부분 복원했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성곽의 흔적은 거의 정비를 했다. 거점이 될 문루의 복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애초 동문 복원을 추진했으나 공항진입로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어렵게 된 것이다. 북문 복원으로 진로변경하자니 예산이 새롭게 들어가게 됐다. 문화재청에 지원 요청을 했고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17일 울산을 방문, 병영성 복원 현장을 찾았다. 중구의 요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병영성이 복원돼 ‘성곽도시 울산’의 상징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지 기대가 크다.

성곽 복원은 워낙 예산이 많이 든다. 또 설사 복원이 완료된다고 해도 순천 낙안읍성이나 서산 해미읍성 처럼 이름난 관광지가 되기는 쉽지 않다. 원형복원도 쉽지 않고 문화유적의 중요한 매력인 고태미(古態美)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흔적이 남아 있는 모든 성곽이 복원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남아 있는 흔적을 정비해서 현상 유지를 하도록 함으로써 일반 관광지가 아닌 연구와 답사에 활용되는 것으로도 충분하게 가치가 있다.

다만 울산의 많은 성곽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서 자료를 만들 필요는 있다. 울산은 많은 성곽이 조성되면서 조선 500년 동안 군사의 요충지가 된 지역이다. 태종 때 쌓았던 병영성(중구 남외동)은 경상 좌병영으로 왜구의 노략질로부터 경상도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세조 5년에는 개운포성을 쌓아 부산포에 있던 경상 좌수영을 개운포로 옮겨왔다. 군마를 키우기 위해 봉대산에 마성도 축성했다. 학성공원으로도 불리는 울산왜성은 정유재란 때 조명연합군의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다. 성곽을 이루던 돌이 많이 무너졌지만 모두 흔적이 뚜렷하다. 울산읍성과 언양읍성, 두곳의 읍성도 있다. 울산읍성은 둥근 형태로 원도심을 감싸는 흔적이, 언양읍성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사각형의 평지성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산성인 서생포왜성은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 지금도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성곽도시 울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서 △복원을 할 성곽 △정밀하게 정비를 할 성곽 △흔적만 다듬는 선에서 보존할 성곽 등으로 나누어서 자료정리 및 총체적 정비를 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성곽을 한눈에 살피는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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