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 안준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가장 흔한 첫 발병 시기는 20대 전후
유전요인 강해 조기발견과 치료 중요
증상 없어져도 꾸준한 약물복용 필수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 걸음을 재촉하는데 누군가 나를 흘기듯 쳐다본다. 집에 와보니 부모도 집밖의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것 같다. 가만히 보니 얼굴은 부모인데 낯선 사람이 부모 흉내를 내는 것 같다. 방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나를 욕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렵고 혼란스럽다. 이젠 어떻게 살아가나?”

마치 스릴러 영화 같지만 조현병 환자가 실제로 겪는 증상이다. 최근 울산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친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징역 30년을 확정받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도 조현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조현병 환자들이 왜 이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됐는지 안준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알아보았다.

 

-조현병의 원인과 증상은 무엇인가

“조현병은 심리적, 사회적,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들이 모두 영향을 주지만, 그 중에서도 유전적 요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유전적인 경향이 있다고 해도 혈액형처럼 단순하게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유전자가 함께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인구에서는 100명에 1명 정도 발병하지만,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이 있을 경우 자녀에게서 같은 병이 생길 가능성이 10명에 1명 정도다. 병리적으로는 뇌의 이상 때문이다. 뇌세포의 연결에 문제가 생긴다는 증거가 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도 변화하는데 그 중에서도 도파민의 이상이 중요한 요인이다. 증상으로는 망상, 환청, 이상한 행동 등이 흔히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은 겉으로 잘 드러나므로 양성 증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말수가 줄고, 감정이 무뎌지며, 대인관계를 피하고, 고립되는 등의 소위 음성 증상도 보인다. 이런 환자들의 예후가 오히려 더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현병은 전 연령에 걸쳐서 발병할 수 있지만 가장 흔한 초발 연령은 20세 전후다. 남자는 대학이나 군복무 기간에 잘 생기고, 여자는 이보다 다소 늦게 발병한다.”

-살인 등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조현병의 가장 흔한 증상은 피해망상이다. 부모나 가족들도 왠지 낯설게 느껴지고, 심하면 다른 사람이 부모의 모습을 흉내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를 카그라스 증후군이라고 하며 조현병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처럼 망상과 환청이 심해지면 환자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다.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고,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 단지 환청의 명령에 따라서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 갈등이 심해지고 환자의 현실판단력도 저하된 상태에서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평소 주변인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은지, 잠재적인 위험성은 없는가

“조현병을 치료하여 증상이 없는 상태로 유지되는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도 일상생활과 학업, 직업에 잘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한다.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도 일반인보다 높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많지만, 이는 적적한 치료를 받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들이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고 예방을 잘 하도록 한다면 함께 이웃해서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이 환자들은 수용시설에서 지내왔다. 그러나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고 인권을 중요시하면서 196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탈수용화, 즉 수용시설이나 정신병원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추세다. 하지만 먼저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돌볼 인프라가 구축되고, 치료할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탈수용화를 할 경우 범죄 사건과 노숙자가 늘어날 위험이 있다.”

-조현병의 치료와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사회적, 환경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워낙 크므로 한계가 있다. 아무 스트레스도 없이 발병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발병시 빨리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발병 이후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치료가 잘 되고 경과도 좋다. 재발을 할수록 치료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지더라도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여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약을 중단하고 수개월 후에 재발하곤 한다. 약을 자주 중단하는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한달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주사약을 권하기도 한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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