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의 화학물질 취급량을 자랑하는 울산 국가산업단지의 안전을 위해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 안전사고 및 화학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울산에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해 시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1일 국내 단일 플랜트 공사 중 역대 최대로 꼽히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신암리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 프로젝트 현장에서 110m 높이의 대형 타워크레인이 설치 과정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현장 인근의 윤활기유와 벙커C유 출하용 배관을 건드리면서 배관안에 있던 유류가 폭발, 화재가 발생했다. 크레인은 공사장에 설치된 휴게실까지 덮쳐 안에서 쉬고 있던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근로자 다수가 점심식사를 위해 현장을 떠났을 때 사고가 나 대형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가 정기주주총회에서 “약 5조원을 투입한 울산 Comlplex 내 잔사유 고도화·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를 일정과 예산 범위 안에서 안전사고 없이 완수,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응하겠다”고 밝힌지 한달도 안돼 발생한 사고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해당 공사현장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데 이어 경찰과 함께 사고조사에 나서고 있다. 22일 국과수 등과 합동감식을 벌였지만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사측과 협의해 2차 정밀감식 시기를 조율 중이다.

사고가 난 RUC는 원유 정제과정을 거쳐 납사·등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유분을 생산하고 남은 값싼 벙커C유를 다시 프로필렌과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로 대림산업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데 현장 안전관리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시설물인 타워크레인을 조립하면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대형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또 피해근로자가 하도급업체에 집중, 고질적인 하도급 안전관리 및 점검 소홀, 안전교육 미흡 및 안전의식 부족 등이 되풀이된 결과라는 것이다. 작업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사고요인을 미리 점검하지 않는 안전불감증 때문으로, 한계를 드러낸 산업수도 울산의 안전시스템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 그지 없다. 정확한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소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울산지역 산업현장의 안전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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