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23일 열린 5개 주요정당 대선후보 초청 첫 TV토론회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투표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다. 명색이 대선후보 토론회인데 민망해서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후보별 수준차가 있긴 했으나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고 싶을 만큼 소신과 정책을 내놓은 후보는 한명도 없었다. 주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자신을 내세우겠다는 네거티브에만 집중했다. 자신의 득표에 대한 유불리를 미리 계산해 특정인을 편들어주거나 자신의 변명만 늘어놓는 유아적인 모습까지 연출됐다.

특히 이날 토론회의 주제였던 외교·안보·국방과 관련한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분석해 볼 내용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크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지금 우리는 북핵·미사일 도발과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기류가 예사롭지 않은 안보 위기 상황에 처해 있지 않던가. 후보들은 한결같이 모두 발언을 통해 원칙적 언급만 짤막하게 내놓았을 뿐 이렇다 할만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배경과 관련한 ‘송민순 문건 논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홍후보의 ‘돼지흥분제 논란’, 안후보의 ‘부인과 문후보 아들의 특혜채용 논란’ 등으로 시청자들을 짜증스럽게 했다.

이같은 토론회 탓에 부동층이 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층은 2주일 전 14.5%, 1주일 전 20.6%, 24일 21.3%로 계속 증가 추세다. 선거일이 불과 보름여 남았다. 부동층이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다. 유력 보수당 후보가 없어 보수층 유권자들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TV토론회가 미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60대 이상의 부동층 비율이 26.5%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지역적으로는 강원·제주(34.3%), 대구·경북(25.6%)의 부동층이 많게 나오는 것은 TV토론회를 본 보수층들이 지지 후보를 떠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지난 23일 토론회의 지상파·종편 등 7개 채널 시청률 합이 38%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이들 후보들의 토론회는 3차례 더 남았다. 25일 오후 8시40분(JTBC), 28일과 5월2일 오후 8시(선거방송토론위).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분석해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토론회를 통해 부동층이 기권층으로 변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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