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육비 지원 형평성 문제
불평등한 구조 해소가 급선무

▲ 김정희 금비유치원 원장

최근 대선에 출마한 한 후보의 유치원 정책 관련 발언으로 인해 유치원 정책이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됨과 동시에 대선 레이스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 누구도 부모들의 진짜 고충에 대해 진정으로 공감하는 정책을 내놓거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선 후보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지면을 통해 사립유치원장이기 이전에 이 땅의 한 교육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정으로 부모들에게 필요한 유치원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번 이슈와 관련해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단설유치원과 병설유치원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치원은 크게 국공립과 사립으로 구분되고, 그 중에서 국공립의 두 형태가 바로 단설과 병설이다. 단설은 유치원 단독으로 독립적이고 대규모로 운영되는 국공립 유치원이며 병설은 초등학교에 속하며 원장도 초등학교 교장이 기본적으로 겸임하는 국공립 유치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들이 비용 부담도 없고 초등학교로부터 운영이 독립적인 단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다면 단설 유치원을 늘리는게 일면 타당한 정책이 아닐까? 문제는 신도시 기준 12학급 단설 유치원을 신설하는데 약 14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이는 고스란히 부모들의 세금에서 충당되는 것이며 신설 기간도 상당히 소요된다. 덧붙여 저출산과 인구 절벽의 명백한 미래 앞에 신설된 단설 유치원은 머지않아 텅텅 비게 될 것이 빤히 예측된다. 그야말로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또한 병설 유치원 6000개를 추가 설치해 공립 이용률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어느 후보의 정책도 이를 위해 그만큼 공무원 숫자도 확충돼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인구 절벽의 미래 앞에 늘어난 숫자가 고스란히 잉여 인력이 되고 재정 부담만 가중할 소지가 있다.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유치원 정책은 ‘평등’과 ‘형평성’의 측면에서 부모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쉽게 말해, 오로지 추첨을 통해서 단설이나 병설 유치원의 입학이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어느 집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육아가 해결되는 반면 어느 집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육아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동등하게 국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추첨을 통해 선발이 된 아이는 육아 비용에 대한 혜택을 받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현재의 유치원 정책이 오히려 대다수 부모들에게는 불평등하고 형평성이 고려되지 않은 정책이 되어버린 셈이다.

대다수 부모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단설 유치원이 아니다. 유치원 정책의 핵심은 간단하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아교육기관을 부모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단설이든 병설이든 혹은 사립이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지 부모의 입장에서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비용이 바로 국가가 나서서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하는 부분이고 또한 누구는 국가의 혜택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불평등한 구조에서 부모들을 벗어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단설, 병설 그리고 사립을 따지기 앞서 진짜 부모들이 겪는 고충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최소한 유치원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 가야하는 지는 명확해지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유치원 신설 등 부모들의 고충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 지지 않은 듯한 대다수 후보들의 정책은 아쉬울 따름이다. 부디 제19대 대통령은 진짜 부모들의 고충을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정확한 현실 인식을 가진 사람이기를 바래본다.

김정희 금비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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