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도시생활 속에서 접근이 쉬운 호수나 저수지는 지역주민들의 정서함양과 여가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자치단체들이 지역내 수변을 허투루 두지 않고 주민들의 문화·여가 공간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에 있는 두현저수지는 최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 TV의 맛집을 찾는 프로그램에 저수지 주변에 있는 음식점이 소개되면서 가족 단위는 물론이고 젊은 연인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나들이 장소가 되고 있다. 방송을 타기 전부터 꽤나 인기가 있었던 음식점이 두어곳 있었으나 요즘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말에는 붐비는 차량으로 인해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일부 음식점은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한다. 수변 공간이라는 지리적 장점이 더해지면서 근래 들어서는 카페도 들어서고 있다. 전망 좋은 도시근교 휴식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듯하다.

문제는 울주군이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 지원사업으로 추진한 ‘청량면 문죽리 두현저수지 힐링 여가녹지 조성 사업’이 담당부서인 도시과장의 개인 잇속 챙기기에 이용되면서 ‘반쪽 힐링’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정부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이 사업은 1256m 구간에 데크로드와 팔각정, 파고라, 목교, 황토포장 등으로 산책길을 조성하는 것으로 현재 556m의 1차 구간이 완료된 상태이다. 그런데 누구나 현장을 가보면 도시과장의 비리를 한눈에 여실히 읽을 수 있다.

26일 경찰이 밝힌 도시과장의 비리를 보면 개발정보를 악용해 땅을 매입한 다음 차익을 남기고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 건축허가를 내주고는 땅 매입자에게 유리하도록 데크의 선형을 변경해주고 석축도 쌓아 주었다. 저수지를 빙둘러 산책을 하도록 만든 데크가 특정 카페 진입로가 돼 있는 이유이다. 데크는 저수지를 따라 쭉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2차선도 안 되는 도로로 연결해 놓았으나 산책을 하기에는 위험하기 그지 없다. 조성 과정에서 문제점이 충분히 파악될 수 있었을 텐데 울주군은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이 사업은 총 3차까지 20여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데크의 선형은 취지에 맞도록 제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사실 산책길보다 더 급한 것은 찻길과 마을길의 깨끗한 정비다. 마을 건너편 산자락을 따라 산책길을 만들어 저수지를 한바퀴 돌 수 있게 했으면 한다. 제대로 ‘힐링여가녹지’가 되도록 말이다. 관광객까지 몰려 들고 있는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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