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은 지역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선 때마다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을 발굴하고 대선후보들의 공약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울산지역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방안 마련과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산재모병원 설립 등 지역숙원사업을 대부분 공약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 공약들은 현재 가능성을 검토하는 선에 머물러 있을 뿐 실행이 거의 안 되고 있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정부가 들어서면 모두 폐기될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울산은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이라는 3대 주력산업으로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어온 도시다. 하지만 세계적 경기침체와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성장정체의 고통을 겪고 있다. 때문에 중후장대한 제조업 중심의 고도화와 관광·문화·의료산업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18대 대선공약 사업들이기는 하지만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산재모병원 설립 등 어느 하나도 폐기돼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19대 대선이 겨우 일주일 남았다. 유력 후보자들은 지지부진한 이들 사업이 새 정부에서 어떻게 될 것인지 그 방향과 대책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현재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서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울산공약으로는 채택한 바 있다. 이번 공약에는 산업기술박물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산재모병원은 지역특성이 반영된 특화된 공공병원 건립으로 대체 제시됐다.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해서는 대체 수원 확보를 전제로 사연댐 해체 및 유역 복원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 뿐 아니라 5개 정당 후보들 모두 산업기술박물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산재모병원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산재병원 대신 공공병원 설립을 약속했다.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해서는 안 후보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한 보존과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심 후보는 사연댐 수위 조절 방안을 제시했다. 울산시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 역시 산업기술박물관에 대한 언급은 없고, 반구대 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 게놈기반 바이오메디컬 신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대선 후보들은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산업기술박물관과 산재모병원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규모로, 언제까지 설립할지 구체적으로 밝혔으면 한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대체 수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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