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권자들은 어느 선거보다 긴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13명의 후보 가운데 1명을 선택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당선을 자축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국가경영에 들어가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밀린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유능한 대통령이 절실하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선명하게 드러난 주요 정당 후보들의 마지막 호소는 유권자들이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법하다. 유력후보 3명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보자.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권교체와 개혁을, 기호 2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 결집과 안보를, 기호 3번 안철수 후보는 개혁공동정부 구성과 미래를 외쳤다. 또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협치와 관련한 후보들의 약속에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문후보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우선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안후보는 ‘(친문)패권세력’과 친박 세력을 배제한 연정 구상을 밝혔다. 홍후보는 보수 중심의 연정에 강조점을 두었다.
여전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되는 후보를 차례로 지우고 마지막 남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후보들이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조기대선으로 인해 후보나 정당의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나 공약집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함으로써 출발선에서부터 유권자들의 실망을 자초했다. 오락가락 수시로 바뀌는 정책, 도덕성이 결여된 수준 낮은 말과 스캔들, 국가적 어젠다 없이 정치구호만 난무했던 ‘표(票)퓰리즘’ 등 21일간의 선거운동기간에 후보자들이 보여준 행태도 대선후보답지 못했다. 예년에 없이 활기를 띠었던 TV토론에서도 틈만 나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네거티브에 몰두하는 바람에 제대로 후보 검증를 해보겠다고 벼렀던 유권자들을 또한번 실망시켰다.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정치가 한심하더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 투표율이 낮으면 민심이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국민이 선택하지 않았던가.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