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4247만9710명의 유권자(사전투표자 1107만2310명 포함)가 1만3964곳의 투표소에서 오후 8시까지 투표를 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4일 발표한 19대 대선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6.9%에 달했다. 과거 대선 투표율은 13대 89.2%, 14대 81.9%, 15대 80.7%, 16대 70.8%, 17대 63%로 줄곧 하향세를 걷다가 지난 18대 대선에서 75.8%로 대폭 상승했다.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26.06%로, 예년에 비해 2배 이상의 기록을 세웠다. 사전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2014년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11.5%, 2016년 4·13 총선은 12.2%였다. 사전투표율이 곧 높은 투표율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긴 연휴를 즐기면서도 투표를 빠뜨리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늘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래가 없는 큰 일을 경험하면서 투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때문일 것이다.

오늘 유권자들은 어느 선거보다 긴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13명의 후보 가운데 1명을 선택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당선을 자축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국가경영에 들어가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밀린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유능한 대통령이 절실하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선명하게 드러난 주요 정당 후보들의 마지막 호소는 유권자들이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법하다. 유력후보 3명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보자.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권교체와 개혁을, 기호 2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 결집과 안보를, 기호 3번 안철수 후보는 개혁공동정부 구성과 미래를 외쳤다. 또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협치와 관련한 후보들의 약속에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문후보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우선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안후보는 ‘(친문)패권세력’과 친박 세력을 배제한 연정 구상을 밝혔다. 홍후보는 보수 중심의 연정에 강조점을 두었다.

여전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되는 후보를 차례로 지우고 마지막 남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후보들이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조기대선으로 인해 후보나 정당의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나 공약집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함으로써 출발선에서부터 유권자들의 실망을 자초했다. 오락가락 수시로 바뀌는 정책, 도덕성이 결여된 수준 낮은 말과 스캔들, 국가적 어젠다 없이 정치구호만 난무했던 ‘표(票)퓰리즘’ 등 21일간의 선거운동기간에 후보자들이 보여준 행태도 대선후보답지 못했다. 예년에 없이 활기를 띠었던 TV토론에서도 틈만 나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네거티브에 몰두하는 바람에 제대로 후보 검증를 해보겠다고 벼렀던 유권자들을 또한번 실망시켰다.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정치가 한심하더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 투표율이 낮으면 민심이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국민이 선택하지 않았던가.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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