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문화제와 월드뮤직페스티벌의 ‘어정쩡한 동거’에 대해 말들이 많다. 처용문화제는 울산시가 예산을 투입하는 울산의 대표축제이다. 공업축제를 이어받아 올해가 51회로 역사도 깊다. 그러나 여전히 대표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외부로부터의 인정은커녕 시민들조차도 각별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10년전부터 월드뮤직페스티벌을 새로운 콘텐츠로 들여오면서 적잖은 젊은 관람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는 있으나 여전히 대다수 시민들 마음 속에 대표축제라는 자긍심을 심어준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왜 처용문화제의 대표 콘텐츠가 됐는가에 대해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처용문화제 운영을 맡게 된 울산문화재단은 처용문화제와 월드뮤직페스티벌의 동거에 종지부를 찍고 각각의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분리 개최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두 축제를 어떻게 발전시킬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일단 분리를 시도하기엔 적절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울산문화재단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출범에 대한 기대감에서 하는 말이다.

처용문화제는 울산시 남구 황성동에 자리한 처용암이 처용설화의 발상지라는데서 비롯됐다. 월드뮤직페스티벌은 제 40회 축제 때부터 등장했다. 처용이 외국에서 유입된 인물이라는 설에다가 처용가와 처용무 등 노래와 춤이 전해진다는 사실을 재해석해낸 콘텐츠다. 매우 신선하고 적극적인 기획이었다. 하지만 두개의 콘텐츠는 10여년이 지나도록 서로 융합되지 못했다. 시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했다. 두 축제의 어정쩡한 동거는 매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분리를 통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와관련 울산문화재단은 지난 4월24일 ‘‘처용문화제 발전 방향에 대한 시민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그런데 이에 앞서 4월13일 언론을 통해 처용문화제와 월드뮤직페스티벌의 분리개최 방침을 먼저 밝히는 바람에 토론회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겠다는 진정성이 왜곡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재단은 5월15일 ‘축제 전문가 및 시민 공청회’를 또다시 개최했다. 사실상 이날 공청회는 분리 개최에 대한 시민들의 동의를 요청하는 자리로 판단된다.

더 이상의 좌고우면은 무의미하다. “처용문화제는 정체성을 강화하고, 월드뮤직페스티벌은 독자운영으로 차별성과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이날 공청회 발제자의 주장대로 처용문화제의 정체성 강화를 위해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개최시기가 가을이라고 해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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