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변경… “’위탁자-신탁자-수익자‘ 삼각구조, 외형적 건물 매각자는 수탁자”

판례 바꿔 복잡하게 얽힌 ‘신탁건물 매각 납세의무자’ 관계 단순화

신탁건물의 매각에 따른 부가가치세는 건물 주인이 아니라 신탁자가 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가가치세란 재화의 공급행위에 부과되는 세금인데, 신탁건물을 매각할 때 재화 공급자는 건물 주인이 아니라 수탁자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최모(54)씨가 성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신탁건물 매각에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해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2008년 경기 성남의 상가건물 6채를 75억 원에 사들이면서 A 저축은행에서 42억 원을 빌렸다.

담보를 위해 상가건물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그 수익을 은행 측이 갖는 내용의 부동산 담보신탁을 맺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최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A 저축은행은 신탁회사를 통해 상가건물의 공개매각을 추진했고, 건물이 팔리지 않자 은행 측이 남은 대출금 가격으로 건물을 직접 사들였다.

이후 세무서가 2010년 상가건물 매각을 이유로 최씨에게 건물 매각 부가가치세 2억 4324만 원을 매기자, 최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신탁된 건물이 팔린 경우 부가가치세를 낼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 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신탁의 수익이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타인신탁’의 경우 사업자와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수익자로 봄이 타당하다”며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부가가치세를 재화공급에 따른 수익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보는 기존 판례에 따라, 건물매각 수익을 갖는 쪽이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해 부과하는 거래세의 형태를 띠고 있다”며 건물매각의 외형상 재화 공급자인 수탁자가 세금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판단의 근거는 다르지만,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결론은 같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신탁건물 매각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매각 수익을 갖는 자가 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바꾼 것으로, 신탁 유형에 따라 복잡하게 얽힌 납세의무 관계를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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