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복구사업을 둘러싸고 또 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사업 우선 순위에 대한 의문과 특혜의혹이 제기, 형평성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늦어지는 피해복구사업으로 2차 피해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은 울산 시민이다. 지난해 태풍 ‘차바’로 전국 어느곳보다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복구사업이 지연돼 6월 중순 시작될 우기(雨期) 전 완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졸속 공사없는 완벽한 복구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대규모 주거지 일대 피해복구사업조차 적기에 진행하지 못하면서 수해복구행정에 대한 시민불신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진다. 사소한 잡음이 행정에 대한 신뢰추락으로 이어지는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본보 취재진이 지난 19일 찾은 울산시 북구 이화천의 경우 주민 통행로로 사용되던 포장도로는 없어지고 흙으로 임시조치된채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태풍 발생 당시 둑과 도로가 끊기고 무너졌지만 흙만 메우는 응급조치만 이뤄진 것이다. 또 하류에 위치한 이화교 주변은 수북히 쌓인 돌과 흙더미가 교량하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지금까지 준설은커녕 시설복구공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주변 110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걱정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켠에서는 복구공사 우선 순위 선정에 대해 의심스러운 눈길까지 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지역에 대한 우선 복구를 두고도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 같이 부실한 재해 관리 및 대책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경험했던 시민들이 악몽과도 같았던 ‘차바’의 후유증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시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울산을 포함해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차바는 총 2150억원 규모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울산에만 1337억원의 복구비가 지원됐다. 그러나 479억원의 복구비가 배정된 중구 띠밭교, 북구 신명천1·2와 당사항, 상방지하차도, 울주군 보은천과 점천교 재가설, 대복천, 회야강 등 9곳의 대규모 사업장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여건에 이르는 수해복구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지역내 5개 구·군의 소규모 사업장 중 상당수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불과 한달도 채 남지 않는 우기 전까지 시민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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