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물질중독

▲ 최욱진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제초제 성분 신경계 직접 파괴
억지로 토하게 하면 폐렴 유발
중독물 의료진에 알려주면 도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산으로, 들로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위험은 언제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되기도 한다. 가령 등산을 하다가 독성이 있는 독초나 버섯 등을 함부로 먹는다거나, 농번기를 맞은 농촌에서 농약을 잘못 마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농약 등에 의한 급성 중독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병원을 찾는 응급환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급성 중독사고 발생 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최욱진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알아보았다.

-급성 물질중독이란 무엇이며, 주로 어떻게 발생하나?

“급성 물질중독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각종 경로를 통해 인체 내에 들어오거나 노출돼 신체에 나쁜 증상을 일으켜서 장기 손상을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제일 많은 원인은 임의로 음독하는 경우가 많고, 의도치 않더라도 작업 도중에 우연히 유해물질에 노출되거나 독성을 지닌 것인지 알지 못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있다.”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은 어떤 것이 있으며, 인체에 들어올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나?

“응급센터에 급성물질중독으로 내원한 환자들이 노출된 물질은 농약이 가장 많다. 그 외에에도 의약품, 다양한 공업화학제품, 독초, 버섯 및 복어 등 농수산물 등의 순이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원인인 농약의 경우 원래 제초제나 살충제로 개발돼 동물의 신경계나 세포기관을 직접 파괴하는 독소가 들어있다. 인체에 소량이 들어올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부분 다량 섭취하기에 우리 몸에 영향을 줄 정도의 독성을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신경계, 간, 신장, 심혈관, 호흡기계 등 우리 몸 생체기관 전반의 기능부전을 유발하게 돼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급성 중독사고가 일어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일단 중독사고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119에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 다량의 약물이 섭취된 경우 좌측와위(왼쪽 몸이 아래로 향하게 옆으로 눕는 자세)로 눕게 하여 약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 좋다. 흡수를 막기 위해 억지로 토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기도폐쇄, 흡입성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그 밖에 다른 유의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

“급성중독사고에서 치료의 가장 핵심은 중독물질의 종류와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환자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은 반드시 약병이나 약봉지, 처방전 등을 가지고 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언제, 얼마나 먹었는지 알고 있다면 의료진에게 이를 상세히 알려 중독물질 처치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병원으로 이송되면 어떤 치료를 받는지?

“대부분의 중독물질 노출경로는 음독이 가장 많기 때문에 위장관에서 지속적으로 흡수되는 것을 방지하는 처치가 중요하다. 응급센터에서는 독성물질의 유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 위장관세척을 우선 시행하게 된다. 이후 급성 물질중독의 정도에 따라 해독제가 있는 경우 해독제를 투여하여 독성물질을 중화시킨다. 해독제가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중환자처치와 함께 응급혈액투석 등의 처치를 병행해 최대한 독성 물질을 제거, 독작용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실시한다.”

-급성 중독과 관련해 당부할 점이 있다면?

“최근의 중독사고는 순간적으로 홧김에 먹는 경우가 많으므로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농약 및 전문의약품의 보관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는 음료수, 음식물 등과 분리하고, 약물을 정확하게 명시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특히 독성이 매우 강한 농약의 경우 자물쇠를 설치해 별도 보관하는 것이 불의의 음독사고를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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