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 최호동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재난·재해·사고·범죄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겪은후
유사상황서 통증 재경험하거나
수면·분노조절 장애 등 호소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EMDR’
외상 당시 부정적 감정 둔감화
정서적·심리적 아픔 극복 도움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사고가 난지 3년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상처가 남아있다. 특히 사고 당시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20여명의 학생을 구해낸 ‘파란바지의 의인’ 김동수씨도 사고 이후 몇 차례 자해를 시도하는 등 현재까지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해내지 못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전쟁과 재난 등으로 강렬한 폭력을 겪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정신 질환인 PTSD는 국내에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PTSD는 육체가 아닌 정신(영혼)이 다치는 것으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큰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회복이 불가능한 고통을 받게 된다. 회복을 위해 환자 자신의 치료의지와 더불어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PTSD의 증상과 치료법 등을 알아보았다.

◇마음에 남은 상처와 고통 되풀이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극심한 정신적 외상 이후 발생하는 질환이다. 재경험과 회피, 과각성을 특징으로 하는 여러가지 심리적, 신체적, 인지적 증상을 보인다.

정신적 외상은 홍수, 화재,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해와 자동차, 열차, 비행기 사고 등의 재난, 폭력이나 강간 등의 범죄 피해, 아동학대와 방임 등의 사건과 같이 외상으로 간주되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외상에 노출될 경우 남자는 8%, 여자는 20% 정도 외상 후 스트레스 및 이에 준하는 정신적 고통을 겪게된다.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재경험, 회피, 과각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외상이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외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느끼는 것이 재경험이다. 최호동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외상성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외상경험과 비슷한 자극이 있기만 해도 당시의 정서, 신체감각 등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때로는 꿈에서 외상경험을 반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회피란 외상과 비슷한 상황을 피하거나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는 것으로, 심하면 외상 경험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해리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과각성은 외상경험으로 인해 신체적, 정서적으로 과도하게 각성이 되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정서적으로 예민해지며 잠을 잘 못 이루기도 하고, 사소한 것에도 놀라고, 분노를 조절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외상을 경험할 때 우리의 뇌는 그 경험을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간직하게 된다. 마치 기억이 뇌에 얼어붙은 듯이 고정돼 외상경험이 과거의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반복되는 것처럼 느낀다. 최 전문의는 “당시의 감정, 시각적 이미지, 촉각, 후각 등의 신체감각과 생각이 그대로 한꺼번에 떠오르게 되면서 압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이러한 기억은 자신의 긍정적인 기억과 연결되지 못하고 역기능적인 기억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각종 정서, 인지, 신체증상을 경험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뇌의 자연치유 매커니즘 활용해 치료

안구운동 민감소실 재처리 요법(Eye Movement Desensitization Reprocessing·EMDR)은 이러한 외상성 기억을 처리해 외상기억으로 인한 증상들을 완화시켜준다. EMDR은 치료 과정에서 안구운동을 비롯한 여러가지 양측성 자극을 통해 외상성 기억에 접근하고 이를 다시 처리한다.

이 과정은 뇌에 잠겨있던 기억들을 서서히 풀어내는 것과 같다. 외상 당시에 경험한 감정과 부정적 사고는 둔감해지고, 외상성 기억이 건강한 기억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과거의 기억은 남지만 더이상 그 기억이 정서적, 심리적 고통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해준다.

최 전문의는 “EMDR은 과거의 기억과 고통뿐만 아니라 현재의 고통 유발요인을 다뤄 미래에 좀 더 기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준다”며 “이 모든 치료 과정에서 치료의 주체는 환자 자신이다. 우리 뇌가 가지는 자연치유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 적응적 정보 처리 능력을 촉진시킨다”고 말했다.

치료는 대략 60~90분 가량 소요되며, 5~12회 정도의 횟수로 진행된다. 하지만 연관된 과거 기억이 많거나 복잡하고, 자기 조절 능력이 저하된 상태라면 그보다 더 긴 치료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EMDR은 외상으로 인한 PTSD의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PTSD에 준하는 큰 외상(Major trauma)과 더불어 일상생활 속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작은 외상(Minor trauma)으로 인한 정신과적 어려움에도 EMDR이 도움이 된다. 최 전문의는 “큰 사고를 겪지 않은 일반인들도 자신에게 중요한 누군가의 죽음, 이별, 심한 창피와 좌절의 경험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에도 원인이 되는 과거 기억과 현재의 유발요인을 다루는 EMDR로 환자의 증상을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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