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특성상 초대형 구조물 운반이 많은 울산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새벽 풍력발전기 타워 부품을 실은 총 하중 100t이 넘는 화물차가 북구 효문교차로 인근 철길고가교 하부를 들이 받아 파손한 것이다. 화물의 높이가 조금만 더 높았다면 철길고가교를 강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느슨한 제한차량 운행허가 때문이었다. 화물을 적재한 차량의 총 높이가 5.48m로 철길고가교 통과제한 높이 4.5m를 초과했지만 실질 철길고가교(5.08~5.16)의 높이와 차량 높이조절을 통해 ‘0.4m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업체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운행을 허가, 사고로 이어졌다. 원활한 물류수송을 위해 행정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도심 도로위 철길고가교라는 특수성을 감안, 안전 위협 요소를 철저히 따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토교통부는 도로의 구조물을 보전하고 운행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화물의 용량과 중량기준을 초과한 차량에 대해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너비 2.5m, 높이 4m, 길이 16.7m가 넘고, 총중량 40t, 축중량 10t 이상이면 해당된다. 또 도로 및 도로시설물의 파손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가진 차량, 즉 타이어식이 아닌 궤도식 운행차량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별도의 허가과정을 거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제한차량 운행허가로 차량의 구조나 적재화물의 특수성을 고려해 운행허가를 신청할 경우 도로관리청에서 운행가능여부를 심사, 운행을 허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규제완화 차원에서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전봇대를 뽑는 것도 좋지만 그로 인해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될 것이기에 좀 더 세심한 행정이 필요하다.

울산의 경우 지역 특성상 대형 구조물 운반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서류에 의존하는 허술한 사전승인제를 악용하거나 아예 법규정을 무시한 꼼수 운반도 적지 않다. ‘안 걸리면 다행이고,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면 된다’는 식이다. 솜방망이 처벌 탓이다.

북구청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를 낸 풍력발전기 타워보다 더 큰 하단 부분의 타워가 동구 염포부두에 운반대기중이다. 업체측의 운반계획서를 제대로 검토, 세밀한 현장조사를 거쳐 작은 위험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적·제한운행차량에 대한 위험성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요즘이다. 상당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자칫 어설픈 행정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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