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영란 자연한의원장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부터 불임을 ‘1년간의 불임 기간을 가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진 한국에서도 1년 이상 임신되지 않는 경우를 불임으로 진단하고, 연령이 높은 경우 조기에 검사와 치료를 시작하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불임’과 ‘난임’이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불임(不姙)은 임신을 할 수 없다는 뜻이 강해 임신의 가능성을 배제한 느낌이고, 난임(難姙)은 임신이 어렵다는 의미로 그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 용어다. 그러므로 어떠한 원인에 의하여 무슨 방법을 통해서도 임신이 성립되지 않는 결과가 불임이라면,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한 상태의 부부가 아기를 갖기 위하여 노력을 하는데도 좀처럼 임신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 난임인 것이다.

세계적인 생태학자 하버드대학의 엘리슨 박사는 “생식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생식기능이 억제되는 것은 병리가 아니고 적응이다”고 했다. 이는 생식의 바탕에는 잘 낳아서 잘 키운다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으며,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생식을 억제하는 방어기제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 또한 몸과 마음, 그리고 환경적인 부분이 좋지 않을 때 스스로 임신을 억제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기를 원하는 부부는 먼저 몸과 마음을 임신하기에 좋은 최적의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난임 여성의 경우 자궁이나 난소, 난관에 기질적인 병변 유무에 대한 검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생리 주기는 일정한지, 생리혈의 양상과 량은 적당한지, 생리 기간은 적절한지, 생리통은 없는지 등을 조사해 난임의 원인을 찾는다. 이때 기질적인 병변이 없고 생리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난임인 원인 불명의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을 한다면 자궁과 난소의 기능이 신체 다른 장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체는 각각의 장부들이 서로 돕고 견제하면서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가야 건강한 것이고 난임도 극복할 수 있다.

난임 남성도 기질적인 병변은 없고 정자의 수나 활동성이 감소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어떠한 원인으로 그러한 결과가 초래했는지를 진찰해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

한의약은 인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파악해 각각의 장부들과 조직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생리·병리관에 기초하여 치료에 임하므로 원인 불명의 난임에 적합한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언 땅에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려도 싹이 나기 어렵고 비옥한 땅이라도 쭉정이 씨앗을 뿌린다면 그 또한 싹이 올라오기 힘들듯이, 언 땅은 녹여 비옥하게 만들고 쭉정이 같은 씨앗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허영란 자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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