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사무실이나 커피숍들도 무더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에어컨을 쉴새없이 가동한다. 하지만 온 몸이 서늘할 정도로 냉방을 가동하다가는 자칫 이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임에도 감기몸살과 권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소위 ‘냉방병’이라 불리는 현대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냉방병을 ‘서병(暑病)’이라 하며 더위에 지쳐 차가운 것만 지나치게 찾는 것을 경계했다. 특히 서늘한 기운을 받은 상태에서 얼음이나 찬 것을 먹다가는 속이 상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냉방병은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같은 냉방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종종 발생한다. 실내외 온도차이가 5℃ 이상 날 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체온유지나 위장 운동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냉방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두통과 신경통, 요통 등이 있으며 알레르기 증상과 유사한 콧물, 코막힘, 목 아픔, 눈 충혈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 냉방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중에 ‘레지오넬라 페렴’이 있다. 이는 냉방병과는 유사하지만 구분되는 개념으로 레지오넬라라는 병원균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이다.
레지오넬라균은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서식할 수 있는 균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냉방기기의 냉각수 등에 있다가 에어컨 등을 가동하면 작은 물방울 형태로 공기중에 퍼진다. 사람 간 전파는 되지 않지만 심하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냉방병과 레지오넬라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결한 환경과 실내외 온도차에 신경쓰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외 온도차는 5℃를 넘지 않도록 해주고, 에어컨 필터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청소해주는 것이 좋다. 또 에어컨을 가동할 때는 자주 외부에 나가 바깥 공기를 쐬고 찬물이나 찬 음식을 동시에 먹지 않아야 한다. 혈액순환에 좋은 가벼운 운동이나 뜨거운 족욕, 따뜻한 음식 등으로 자연스럽게 냉기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발한과 해열에 좋고 목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유자차나 따뜻한 성질을 가진 생강차로 몸의 체온을 유지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혈액순환과 수족냉증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계피차는 몸 속 냉기를 풀어주고 신경도 안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으며, 대추차도 피로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좋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는 간단한 수칙들만 지켜도 냉방병은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막무가내로 시원함만 찾기보다는 약간의 더움을 감수하면서 생활하면 신체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기세 걱정도 줄이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부채’와 ‘건강차’로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길 권한다.
김경훈 울산자생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