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을 공식 약속했다. 문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17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면서 “내년 개헌 때 헌법에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선과정에서 지방분권의 대폭적인 확대를 공약에 포함하긴 했으나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강력하고 분명하게 ‘분권 개헌’을 밝힌 것이다. 지방발전을 위해 지방분권의 확대가 절실했던 지방도시들의 바람이 비로소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 개헌은 지역자치단체들의 오랜 바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치권과 중앙관료조직, 일부 경제세력 등으로 구성된 반분권연대의 영향력 속에 아득하게 먼 미래의 일로 치부돼왔다. 그러나 문대통령이 지방분권 옹호론자인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총리로, 김부겸 의원을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분권개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청와대 정무수석 산하에 자치분권비서관, 정책실장 산하에 균형발전비서관을 신설함으로써 사실상 분권개헌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분권개헌의 범위와 방향성이다. 문대통령이 ‘연방제에 버금가는’이라고 한 것은 가장 넓은 범위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앞선 대선공약에서는 방향성도 드러냈다. 재정분권에 있어서는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 3 또는 6대 4로 확대 조정하겠다고 했다. 7대 3으로 돼 있는 중앙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은 자치사무비율을 40%까지 올리기 위한 ‘지방일괄이양법’의 제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 자치권 보장과 광역 자치경찰제도 약속했다.

특히 이날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제2 국무회의의 신설이다. 이는 시도지사들과의 공조를 공고히 함으로써 중앙관료와 정치인들의 반발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문대통령이 “개헌 전까지 시도지사 간담회를 제2국무회의의 예비모임 성격으로 사실상 제도화”하자고 한 것은 분권개헌에 시도지사들이 적극 나서달라는 말이기도 하다.

1987년 9차 개헌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중앙집권체제를 공고히 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정치·사회 경제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으며 사회적·지역적 갈등도 구조화되고 있다. 국가전체의 행정기능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분리,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지방정부에 큰 권한을 부여하는 지방분권이 21세기 국가발전모델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반드시 분권개헌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지방의 역량을 총 결집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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