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피의자 발뺌하다 뒤늦게 자백 “빨리 사형시켜 달라”

▲ 2009년 6월 병든 노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올해 2월까지 83차례에 걸쳐 노모의 통장에서 기초연금 1100여 만원을 빼간 패륜아들이 지난해 12월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는 모습./부산 북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부산에서 병든 노모를 살해해 재산을 챙기고 뻔뻔하게 기초연금까지 가로챈 40대 아들의 범행은 동거녀까지 살해하면서 8년 만에 들통났다.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존속살해 등 혐의로 27일 구속기소 된 박모(48) 씨는 2009년 6월 18일 병든 어머니(당시 66세)를 살해하고 적금과 전세금 2천400만원을 챙긴 뒤 올해 2월까지 무려 83차례에 걸쳐 노모 통장으로 입금된 기초연금 1천100여만원을 가로챘다.

그러나 이때까지 박 씨 어머니가 살해된 사실을 알거나 눈치챈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다리가 아파 입원한 어머니를 다른 병원으로 모신다며 퇴원시킨 뒤 곧바로 살해해 시신을 야산에 버렸고 “모친이 장기간 입원해야 한다”며 전셋집을 뺐기 때문이다.

박 씨에게 형이 1명 있지만 모친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는 올해 초 경찰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 모친이 사라졌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모친의 시신은 숨진 지 1년 반 만인 2010년 11월 18일 벌목공에 의해 발견됐지만 이미 백골 상태였고 실종 신고도 없었던 터라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족도 없는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됐다.

이렇게 영원히 묻힐 것만 같았던 박 씨의 범행은 또 다른 살인 사건으로 수면위에 불거졌다.

박 씨가 2011년 8월 말 홧김에 8년가량 동거한 A(당시 44세) 씨를 살해, 바다에 유기했고 A 씨와 연락이 두절된 A 씨의 가족이 그해 12월 가출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박 씨의 범행 단서가 나오지 않은 데다가 박 씨가 잠적해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탐문 수사를 계속하던 경찰은 올해 2월 박 씨의 모친이 장기간 실종된 사실을 파악하고 금융계좌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박 씨가 모친의 재산을 모두 챙긴 뒤 기초연금까지 가로채고 있는 사실을 포착했다.

또 박 씨의 모친이 7년 이상 금융거래와 전화통화 등 일상생활을 한 흔적(생활반응)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씨가 모친에게 몹쓸 짓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1일 경남 창원시의 한 교회 근처에서 노숙하는 박 씨를 붙잡아 조사한 결과 모친 살해 혐의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박 씨가 A 씨 살해 혐의에 대해 처음에는 “친구 집에 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발뺌하다가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판정이 나오자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에 의해 목숨을 잃은 동거녀 가족이 가출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박 씨의 모친 살해 사건은 지금도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씨는 범행을 저지른 지 6∼8년 만에 모두 들통나자 뒤늦게 후회하며 “어머니가 꿈에 4차례나 나왔다”면서 “빨리 사형시켜 달라”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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