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자들의 어긋난 처사로 발생하는 ‘갑질논란’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온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춰 그보다 낮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 짐승이 되어 버리는 사람들에 의한 저질문화의 산물로, 2014년 ‘땅콩회항 사건’과 같은 일부 재벌가 3세의 일탈에만 머물지 않는다. 운전기사나 경비원을 머슴부리듯 하며 때리고 폭언을 일삼는 기업 오너가에서부터 직위를 이용해 제자와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교수, 공관병과 운전병에게 폭언, 욕설, 가혹행위를 한 육군사단장, 하도급업체에게 터무니없는 단가 책정과 부당 반품 등을 요구해 온 중견·재벌기업 행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달 전에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의 60대 최호식 전 회장이 딸뻘인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일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식(食)문화 변화의 선구자에서 갑질의 주역으로 검찰에 소환된 미스터피자 정우현 창업주가 중심에 있다. 광고비를 가맹점에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치즈 통행세’까지 받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한 점주의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내 할인 공세로 보복, 점주를 자살케 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갑질’은 힘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부당 행위를 하는 것을 통칭한다. 자신의 지위를 타인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행위로 규정되기도 한다. 강자가 약자를 복종시킴으로써 느끼는 쾌감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일까, 갑질을 당한 사람들이 또 다른 ‘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을’중의 ‘을’인 아파트 경비원이 ‘동네 북’이 된 지금의 우리 사회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람 이하의 취급을 당하는 건 예사고 때로는 입주민에게 맞아 숨지는 일까지 생긴다.

울산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관리소장은 지난 달 30일 오전 입주민대표회의 간부와 갈등을 암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옥상 기계실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 경찰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아파트 관리인을 향한 일부 입주민들의 고질적인 갑질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인을 상대로 한 갑질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오는 9월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렇지만 업무 영역, 처벌 규정 등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완이 필요해 보이지만 법의 힘만으로 갑질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갑질논란은 불평등 문화가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합의없이는 무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산해야 될 적폐로 ‘갑질문화’를 다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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