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또 다시 파업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6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제20차 임단협 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에 임단협 일괄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제시하지 않아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6년 연속이다. 1987년 출범 이후 30년간 단 4번만 파업없이 임단협을 체결한 현대차 노조의 강경투쟁 행보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파업은 노조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과 경영환경을 고려하지 않은채 매년 사측과의 힘겨루기를 통해 임금을 인상하고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은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 종국에는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소중한 일터까지 잃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현대차를 바라보는 심상찮은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 비교적 높은 임금에도 매년 파업으로 기득권 유지에만 힘쓰는 ‘귀족노조의 떼쓰기’로 각인되면서 ‘안티 현대차’ 정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비교하면 현대차는 임금 수준은 높고 생산성은 낮은 기형적인 구조다. 현대차의 인건비는 2015년 말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14.3% 에 이른다. 세계 1~2위인 도요타는 6.1%로 현대차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고, 폭스바겐도 9.7%로 10% 안쪽이다. 또 차 1대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HPV는 현대차가 26.8시간이지만 도요타는 24.1시간, 폭스바겐은 23.4시간이다. 임금과 생산성의 체질개선이 없으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본격화되는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자동차산업의 미래전망도 문제다. 현대차의 경우 사드배치로 인한 반한 감정으로 중국시장에서 최악의 판매감소를 보이고 있고, 또 다른 주력시장인 미국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중국·서유럽 등 세계 3대 자동차시장에서의 한국차 점유율 4년 연속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2020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 2030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예사롭지 않다. 4차산업혁명시대 친환경,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자동차 개발에 뒤처질 경우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와 같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인상 외에도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해 놓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와도 일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과연 거듭되는 파업만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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