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의 건설중단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공사현장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지역은 갈수록 혼란스럽다.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과 한수원 직원들까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특히 건설 중단 논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손실의 보상과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가 불분명한데 따른 불안감이 크다.

사실상 정부의 공론화 방침이 발표된 후부터 공사는 잠정중단 상태나 다름없다. 그런데 보상안 등 구체적 지침이 내려오지 않자 현장건설업체들은 공사 분량을 다시 늘릴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SK건설 등은 한수원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시공계약 일시중단에 관한 협조 요청’이 “적법절차에 따른 처분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칫 자율적 중단으로 비쳐져 책임을 떠안게 되거나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공사잠정중단을 결정해야 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입장은 더 난처한 상황이다. 이사회는 지난 7일 회의에서 잠정중단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공사중단 의결에 따른 법적 책임을 이사들이 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중단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과 한수원 노조는 “중단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고 배임으로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사회는 이번 주중 다시 열릴 예정이다.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이달 하순께 출범시킬 계획이다.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원전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가진 인사 3명씩을 추천받아 그들 중에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을 위촉할 계획이다.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덕망 있는 인사를 별도로 위촉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공론화위원은 결정권을 가진 배심원단을 구성하게 되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결과에 대한 책임감은 없는 셈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됐다. 건설 중단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다양한 문제와 책임이 발생하고 있다. 공사현장의 근로자와 기업체, 지역상권은 직격탄을 입기 시작했다. 이미 실질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과 한수원이라는 공기업의 이사회라는 절차가 부각되면서 책임 소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지역사회의 갈등과 혼란은 점점 더 커져 간다.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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