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근 성안한의원 한의사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가 진료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한의사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환자 자신의 체질에 관한 것이다. 사상의학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지 불과 20년 남짓 지났지만, 그 관심과 호응의 정도는 아직도 가히 폭발적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의 체질에 대해 알아보고자 노력한 적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환자들이 가진 체질에 관한 과도한 관심으로 인하여 환자와 한의사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때가 간혹 있다. 주로 서로 얼굴을 대면하자마자 바로 환자가 자신의 체질에 관한 질문부터 던지는 경우가 그렇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런 성급한 환자들일수록 이미 여러 곳의 한의원에서 각기 다른 체질로 판정받고 내원했던 경우가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환자들은 한의사가 척 보면 사람의 체질을 바로 분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한의사라도 처음 본 환자의 체질에 관하여 진단하고 판정을 내릴 때 충분한 분석과 검토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체질 의학 중 일반에 가장 친숙한 사상의학의 네 가지 체질도 시중에 나온 수많은 입문서에 쓰여진 것처럼 간단하고 편리하게 판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환자의 동의하에 체질별 한약을 며칠 동안 여러 가지 투여해가며 철저하게 분석한 후에야 겨우 체질을 판정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사람에 따라서는 일시적인 질환이나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쉽게 판정할 수 있는 전형적인 체질의 양상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체질이 경계선상에서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결론적으로 사상의학적인 체질판별은 그 사람의 타고난 체형(좀 더 엄밀하게는 장부의 대소 강약)과 성격적인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비교분석해 확정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본인의 체질을 정확히 알고자 한다면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한의원에서 한동안 꾸준하게 내원한 후에 체질판별을 요청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게 본인의 체질을 판정받을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다. 오동근 성안한의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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