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 장착이 일반화된지 오래다. 블랙박스의 사고기록장치 EDR(Event Data Recorder)이 충돌 전·후의 사고를 기록해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교통사고 처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명과 재산보호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한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EDR를 모든 차가 장착하게 된다면 교통사고는 15~30%, 연간 사망자 수는 800~1600명, 교통사고 비용은 1조5000억~3조원을 줄일 것으로 예측될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EDR 도입을 확대하고 장착을 의무화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버스와 택시 등 사업용 차량에 블랙박스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교통안전법을 개정, 지자체 주도 아래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개인 및 법인택시 등에 대한 블랙박스 장착을 유도하고 있다.

울산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8억46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7년 택시 노후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 교체사업’을 실시했다. 교체 대상은 시가 지난 2011~2012년 2년에 걸쳐 설치한 총 5279대 중 84.6%인 4470대로, 설치 후 5년이 경과됨에 따라 기기의 오작동 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개인택시조합이 주관해 교체를 희망하는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실시, 시비와 자부담 5대5의 비율로 진행됐다. 대당 18만원의 블랙박스를 9만원에 장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허점이 드러났다. 교체사업 현장에서 부착했거나 회사가 거래하는 업소에서 부착한 뒤 기존의 블랙박스를 회사에 반납하게 돼 있는 법인택시(지원대상 1727대)의 경우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확인사각지대에 있는 개인택시(지원대상 2749대)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했다. 블랙박스를 수령, 교체사업 현장에서 부착하지 않고 확인대장에만 서명한 뒤 개인 승용차에 사용하거나 양도·매매한 사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사비를 들여 20만~30만원대의 고성능 제품을 교체한 지 얼마 안된 경우로 굳이 신청할 필요가 없는데도 싼값에 새 블랙박스를 받아 친인척 등에게 양도·매매했다는 것이다. 현장확인을 소홀히 한 행정부재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일부 기사의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운행 중 발생하는 사고를 분별하는 목적 외에도 과속, 신호위반, 차선위반 등의 교통법규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판독할 수 있어 운전자의 운전습관 교정으로 교통사고 예방과 택시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블랙박스 교체사업이다. 사업자 스스로도 그 필요성과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부디 사업의 취지 및 성과가 퇴색되는 경우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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