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까지 결의한 현대자동차 노조가 집중 휴가 기간인 다음달 초까지는 파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6년 연속 파업을 벌이는데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강경일변도의 파업투쟁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 했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회사 전체를 바라보기 보다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없는 이기적 집단으로 비춰져서는 얻을게 없기 때문이다. 낮은 파업찬성률에서 드러난 조합원들의 정서변화 또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파업투쟁 유보방침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파업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며 정치파업도 불사해 온 노조가 여론을 의식,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변화의 조짐으로, 다음 행보를 기대케 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18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7월말 예정된 여름휴가 전까지 따로 파업 투쟁 계획을 잡지 않고 집중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당초 이날 쟁대위에서 향후 구체적인 파업 투쟁계획을 잡을 예정이었으나 이를 보류하고 20일부터 교섭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된 지 닷새 만에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노조는 앞서 지난 13일과 14일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해 66%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또 17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도 받아 18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달 말까지 집중 교섭을 통해 여름휴가 전 임단협 타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입장 차가 커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극적인 타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파업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15만원 이상의 기본급 인상 등 임금협상을 넘어 총고용 보장합의서나 64세 정년연장 등 상식에 어긋나는 과도한 요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8월24일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노조원들이 부결시켰고 24차례의 파업을 겪은 뒤인 같은 해 10월14일에야 임단협을 타결지었다. 연례행사처럼 파업하는 모습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의식, “협상 장기화로 협력업체의 경영난과 고객의 불편을 초래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겠습니다”는 대국민 약속과 함께이다. 지금이야 말로 파업을 위한 파업보다는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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