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울산시민이 먹을 물이 하나도 없다. 20일부터 부산 원동취수장에서 끌어오는 낙동강물을 하루 40만t 구입, 정수해서 먹고 있다. 17% 가량이던 낙동강물 의존도가 식수 전량으로 높아진 것이다. 낙동강물은 ‘녹조라떼’라 불린 지 오래다. 인구 120만 도시의 식수를 전량 ‘녹조라떼’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은 몹시 꺼림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인은 오랜 가뭄과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다. 가뭄은 천재지변이니 달리 도리가 없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느라 울산시민의 식수를 오로지 낙동강물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피치못할 상황이라 하기 어렵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를 2014년부터 만수위보다 12m 낮은 48m로 낮추어 유지해왔다. 그 바람에 가뭄 대비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일각에서 마치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도 식수에 문제가 없는데도 울산시가 억지를 부리는 것이란 주장이 있었는데 완전한 오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20일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울산시가 제안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생태제방 건립안을 부결했다. 지난 5월 심의를 보류하고 현장을 다녀간 심의위원들은 예상대로 주변경관 훼손을 이유로 들었다. 울산시도 제방을 설치해 물길을 돌리는 것이 유적지 일원의 환경을 바꾸며 자연경관을 훼손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가 울산시민의 식수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차선책이다. 국보인 암각화 보존을 위해 남아도는 운문댐 물을 울산에 나눠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10여년째 한발짝의 진전도 없이 논의만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 없다.

모든 국민은 맑은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 국가는 책임감을 갖고 그 권리를 지켜주어야 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낙동강물을 식수로 하든 말든 무조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댐의 수위를 낮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에 있는 문화유산이므로 울산시민들에게도 분명 보존의 책임이 있다. 하지만 울산의 자산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인 국보 285호이다. 국가는 책임 있는 보존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울산시민의 식수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2025년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울산시는 장기적 물부족도시로 분류돼 있다. 암각화 보존이 아니더라도 울산의 맑은물 공급 문제는 눈앞의 현실이라는 말이다.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암각화 보존문제는 문화재청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야 하고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 문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암각화 보존과 식수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 말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댐 수위를 낮추고 동시에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이 추진되도록 범정부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그 약속을 하루 빨리 지키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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