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보존 위한 수위조절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 울산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반구대암각화 침수방지를 위한 수위조절 등으로 인해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취수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창균기자 photo@ksilbo.co.kr

울산지역 주 식수원 고갈
전량 낙동강물 정수 활용
市 재정부담에 수질도 걱정

울산시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이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며 사상 처음으로 취수 ‘완전 중단’이라는 사태가 초래했다. 1965년 준공된 사연댐이 가뭄 때문에 취수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2년 동안 사연댐의 취수가 중단된 사례는 1980년대 정수장 교체공사때 단 한차례 뿐이다.

반구대암각화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댐의 수위를 낮춘 것이 주 식수원 고갈을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울산의 물문제가 매우 절박하다는 반증으로 시민들은 앞으로 식수대란까지 걱정해야할 처지에 직면했다.

20일 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자체 상수원이 바닥나 20일부터 120만 시민이 사용할 식수 전량(하루 40만t)을 낙동강물을 정수해 사용하고 있다.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올해 6월1~7월20일 강우량은 78.4㎜로 예년 평균(30년) 345.9㎜의 22.7%에 불과하다. 비가 거의 오지 않은 마른장마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파로 상수원인 사연댐, 회야댐, 대곡댐의 저수율이 뚝 떨어져 낙동강물을 전량 유입하지 않고서는 수돗물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울산은 근본적으로 상수원이 부족해 갈수기 때 부분적으로 낙동강물을 끌어들여 정수해 수돗물로 공급하고 있지만, 이처럼 하루 수돗물의 전체 생산량을 낙동강물에 의존한 적은 없다.

현재 회야댐은 유효 저수율이 46.6%(826만t)로 취수 한계치에 도달했다. 회야댐에는 지난 5월25일부터 하루 18만t의 낙동강물을 유입했지만, 이날부터 낙동강물 유입량을 하루 최대 유입량인 22만t으로 늘렸다. 회야댐에서 공급한 원수는 회야정수장을 거쳐 시민의 64.5%인 남구와 동구 등 71만명에게 공급한다.

낙동강물보다 수질이 월등이 좋은 사연댐과 대곡댐의 유효 저수율은 각각 3.6%와 4.7%로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사연댐 상류의 대곡댐은 사연댐에 물이 모자랄 때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대곡댐에는 취수구가 없고, 사연댐에만 취수구가 있다. 현재 수위는 46m로 약 202만t(하루 20만t씩 10일치)의 물은 있지만, 바닥까지 취수하면 물이 혼탁해질 우려가 있어 울산시는 이날부터 취수를 완전히 중단했다.

사연댐은 일부러 물을 채우지 않고 저수위 48m(만수위 60m)로 관리하고 있다. 댐 상류에 위치한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을 염두에 두지 않을 때는 사연댐 수위는 50~56m 정도(70일치 이상 확보)의 확보가 가능했고, 취수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식수원 부족으로 낙동강물을 끌어쓰는데 따른 재정부담은 울산시의 몫이다. K-water는 낙동강 물이용부담금으로 t당 170원을 받고 있다. 울산시가 하루 40만t씩 한달 사용하면 20억4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낙동강물의 수질도 문제다. 울산시의 분석(2008~2012년) 결과 사연댐 원수는 COD(화학적산소요구량·호소 생활환경기준 항목) 기준 평균 2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낙동강 원수는 3등급 이하였다. 특히 갈수기인 1~3월에 사연댐은 2등급이나 낙동강 원수는 4등급까지 떨어졌다. 유해성 녹조가 발생하거나 바닷물이 역류해 염수가 유입되면 낙동강물 유입조차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면서 울산시민들은 재정 부담은 물론 생존권 위기에까지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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