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된다.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될지 고민이다.” 울산지역 자영업자들이 하나같이 지독한 소비부진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 전반이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수입이 줄어든 근로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 한해에만 5000명 이상의 인력이 울산을 떠나야 했다. 남아 있는 인력도 일감부족에 따른 임금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산업까지 내수·수출·생산 2년 연속 뒷걸음질이라는 부진을 겪고 있다. ‘위기론’까지 대두될 정도다. 울산 경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주력기업의 부진은 협력업체의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연장근로수당, 휴일·특근 수당 등이 사라지면서 근로자 도시 울산 시민들의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2분기 시·도별 서비스업생산 및 소매판매 동향에 따르면 올해 4~6월 전국에서 소매판매가 가장 크게 감소한 지역은 제주(-3.2%)와 울산(-2.1%)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다. 두 곳 모두 소비의 최전방이라 할 수 있는 대형마트 판매가 각각 12%(제주), 3.5%(울산)씩 줄었다. 대형마트가 이럴진대,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 편의점 등은 오죽할까 싶다. 조선·자동차 협력업체가 밀집한 일반산업단지의 한 편의점 업주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지갑을 닫고 있다”면서 “연장근로 등이 사라지면서 수입이 줄어든 외국인 근로자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하고 나면 쓸 돈이 없어 맥주 한 캔 사는 것도 망설이는 형국”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아닌지 되묻는다.

울산의 업종별 종사자 비율은 조선업 29.9%, 자동차 24.9%, 석유화학정제 12.3% 순이다. 울산 경제를 이끄는 3대 축으로, 그 가운데 조선업 부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개선될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조선업황을 나타내는 선박·보트 건조 생산지수가 지난해 -15%에서 올 상반기 -19.6%로 더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공장도 생산 부진을 겪고 있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생산지수 역시 지난해(-2.8%) 마이너스로 전환된 뒤 올 상반기 -1.3%를 기록했다. 향후 전망도 밝아 보이지 않는다. 위기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할 노사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사측이 아무리 위기를 호소해도 강성노조는 아랑곳없이 제 갈 길만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단협조차 매조지 못했고, 현대자동차도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파업의 소용돌이속에 빠져 있다. 피해는 협력업체들의 몫이다. 이래 저래 시민들의 지갑이 닫힐 수밖에 없는 상태로, 울산경제가 참으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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