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전 정부의 대선공약 챙기기에 나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울산공약이 모조리 무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정부 건의안 채택 등 정치력을 총결집해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의회는 22명의 의원 중 1명을 제외한 21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진즉에 ‘대못’을 박아 놓지 못하고 정권이 바뀐 뒤에야 전 정권의 공약 이행 촉구에 나섰으니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정부의 3대 대선공약 가운데 가장 먼저 위기를 맞은 것은 산재모병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과 마치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듯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산재모병원과 혁신형 공공병원은 국립병원 설립이라는 골격은 같으나 콘텐츠가 완전 다르다. 콘텐츠의 변화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행정상으로는 담당부처가 고용노동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뀌게 되므로 지난 4년여동안 진행된 행정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되풀이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이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이미 부정적으로 나온 상황이라 되돌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게 됐다. 서명을 받는 등 전 시민의 염원을 모아 유치한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이 이렇게 쉽게 없던 일이 돼서는 안 된다. 산업기술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만큼 급성장을 이룬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를 담고 미래 첨단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교육·관광자원을, 그 역사의 현장인 울산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산업기술박물관을 아예 짓지 않겠다는 것인지, 처음 계획대로 서울에 짓겠다는 것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또 한가지, 반구대 암각화보존과 울산의 맑은 물 공급에 대한 새 정부의 방향은 정해진 듯하다. 암각화 보존은 구조물을 세워 주변환경을 바꾸는 대신 수위조절을 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다만 울산시민들의 식수대책만 세워준다면 수위조절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시의회는 이들 3개의 사안이 새정부가 아닌 지난 정부의 대선공약인 만큼 막무가내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새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합당한 논리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론도 결집할 필요가 있다. 이들 3개 사안은 전 정부의 대선공약이기 이전에 울산의 미래를 위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시의회의 현명한 대응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울산시민들도 정치적 견해를 떠나 모두가 힘을 보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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