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대폭 삭감 방침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달 3일 국회에 제출할 2018년도 예산안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SOC 항목을 15조5000억원 안팎으로 편성했다. 국토부는 당초 기재부에 내년도 SOC 예산으로 18조7000억원을 요구했다. 이것만 해도 올해 SOC 예산(22조1000억원)보다 3조4000억원(15.5%) 줄어든 규모다. 그런데 기재부가 또 3조원 이상 추가 삭감했다. 기재부 안대로라면 SOC예산은 1년 만에 약 6조6000억원(약 29.9%)이 줄어들게 된다. 삭감액과 비율 모두 역대 최고치로, 그 여파가 전국 지자체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시가 내년도 예산으로 670개 사업에 국비 2조5000억원을 요청해놓고 있지만 정부 부처 예산편성 단계에서 10% 가량 삭감됐고, 기재부 심의과정에서 또 다시 쪼그라들었다. 대부분의 SOC 사업 예산이 40% 이상 깎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규 사업의 원천배제는 물론이고,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중 울산~포항 구간은 요구액 1490억원의 10분의 1도 안되는 135억원만이 반영됐다. 특히 죽음의 도로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울산~영천간 경부고속도로 확장사업 예산까지 요구액의 절반수준으로 깎이면서 시민 안전을 무시한 처사로,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울산~영천 구간은 협소한 도로, 불량한 노면, 불편한 선형, 빈번한 정체 등으로 ‘국도보다도 못한 고속도로’로 낙인 찍힌지 오래로, 기존 왕복 4차로를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11년 착공, 내년 말 준공 예정이다. 그렇지만 갓길을 없애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 방호벽이 차선에 바짝 붙은 채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세버스 사고를 위시해 확장공사 구간 중 언양분기점~경주나들목 약 30㎞에서 2012~2016년 5년간 115건의 사고가 발생, 31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을 정도다. 예산을 집중 투자,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완료해도 모자랄 판에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니 어찌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정부예산안은 기획재정부에서 심의·확정해 9월3일 국회에 제출되며, 10~11월 국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를 거쳐 12월2일 본회의에서 확정된다. 복지와 국방예산 등 돈 쓸데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설개선사업 예산까지 대폭 줄이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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